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몸 비우기’

2007-03-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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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의 품격은 그릇의 재질이 결정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질의 그릇이라도 그릇에 더러운 것이 묻어 있거나 담겨 있다면 그 그릇은 더 이상 좋은 품격을 갖춘 그릇이 아닙니다. 어느 부자집에 금그릇과 은그릇 그리고 나무그릇과 흙으로 만든 질그릇이 있었습니다. 주인이 그릇을 사용할 때 좋은 재질의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사용한다고 성서의 어느 모퉁이에 그렇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요즈음은 사람을 쓰거나 고용할 때 주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질을 보고 선택하지만 우리 인생의 주인은 우리 자신들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을 때 우리들을 쓰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지 쓰임받기를 원한다면 자기를 깨끗하게 비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45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이 표현에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몸이 많이 더러워지기도 하고 일부는 병도 들었었나 봅니다. 몇 년 전에는 혈압이 생겼었고 눈도 많이 나빠져서 가끔씩은 책을 볼 때 안경도 써야하고, 몸무게도 70Kg(155파운드)까지 나가게 되어 좀 둔하게 느껴졌었지요. 몸이 이러니 더러워진 몸이 담고 있는 마음 또한 어지럽긴 매한가지였던 것 같았습니다.
몸과 마음은 상호영향을 주고 받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이기 때문에 몸을 보면 마음 또한 그렇다고 보면 정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여 몸을 새롭게 만들어 보기로 하고 물과 이곳 과일로 만든 약간의 주스, 그리고 두레마을 감잎으로 만든 차를 마시며 단식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지율 스님처럼 생태계를 걱정하는 입장도 아니었고, 한미 FTA를 단식하며 반대하시는 분들 생각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도제목을 정해놓고 기도하기 위한 목적을 세우고 한 것도 아니었고 어떤 대의명분도 없이 그저 제 몸 하나 바로 세워보자는 제 자신의 작은 바람으로 그냥 시작해 본 것입니다.
단식을 할 때 그냥 먹지 않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배워 실천해 보았던 것들도 총 동원해 보았습니다. 그중에서 커피관장이라는 것을 겸하여서 했는데 이것은 배속에 머물러 있는 대변 딱지들과 오래된 변 찌꺼기들(이른바 숙변)을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단식 12일째 되는 날 드디어 밤톨 같은 숙변이 쏟아져 나오는 걸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단식 20일이 되던 때는 몸무게가 무려 20파운드(9kg) 이상이 빠지더군요. 단식하며 일하는 중간 중간에 어지럽기도 하고 힘이 빠지는 걸 실감하기도 했지만 그간 이렇게 망가뜨린 죄를 생각하며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냥 견뎌 나갔던 것입니다.
진정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회개라고 한다면 입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회개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미안하면 미안한 마음으로 상대에게 나아가서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께서도 하나님께 예배하러 가다가 형제와 불화한 일이 있으면 형제와 화해하고 와서 예배하라고 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몸이 가벼워지고 몸이 기분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느끼고 나자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겁니다.
몸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들과 내 속에 품고 살아야 할 것들을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좋지 못한 생활습관은 힘들더라도 바로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음식 먹는 습관이나 외면과 내면을 보는 눈이 균형을 잃었으면 그것 또한 바로잡아야 할 것이고 무엇이든 한쪽으로 편중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고쳐야 할 것입니다. 건강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한평생 기쁘게 살면서 쓰임 받다가 그분 앞에 섰을 때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서처럼 건강하게 소풍 잘 다녀왔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소풍인생은 그야말로 은총의 삶인 것입니다.
체계적으로 단식을 배우시기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5월 첫째 주(5월7~12일)에 ‘제2회 몸 비우기’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하신 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661)319-3370. gyubaik @hanmail.net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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