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 개 맞아?

2007-03-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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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명품 옷 입고
마사지·요가 클래스 수강

더 이상 강아지가 ‘그냥 동물’이 아닌 세상이 도래한지 이미 오래다. 제 속으로 낳은 자식도 그럴 수 없을 만큼 애완견 사랑은 뜨겁다 못해 눈물겹다. 우리 조상들이야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동물을 안방으로까지 들이진 않았지만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 주인집 사람들과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은 기본이고 유기농 먹이를 먹이고 1,000달러짜리 캐리어에 넣어 다닌다. 그뿐인가. 단지 강아지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유모차에 넣어 ‘모시며’ 철철이 옷을 갈아 입혀주고, 목걸이며 머리핀 등으로 치장하기도 하는 등 애완견에 대한 사랑은 이제 또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래서 애완견 용품 시장은 해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애완용품제조협회에 따르면 미국인이 연간 애완동물에 쏟아 붓고 있는 돈은 384억달러로, 지난 1997년 이후 연평균 23억달러나 늘었다고 한다. 한인들의 애완견 사랑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디어 애완견 용품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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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핑크 색으로 염색하고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푸들이 피크닉용 텐트에 얌전히 서 있다 <사진제공=퍼피 인 스타일>>


인기 아이디어 애완견 용품들

신발·침대·옷장·피크닉용 텐트
주인과 커플 룩에 파티·웨딩드레스
호텔서 은 쟁반에 유기농 스튜 식사도

■ 끝없는 애완견 사랑

LA 한인타운 애완견 센터나 애완견을 키우는 이들과 한 시간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도대체 참말인지 거짓말이지 헷갈리는 ‘신화’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사례 하나. 우락부락해 보이는 오십은 족히 넘었을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가 티컵(tea cup) 사이즈 요키(요크셔테리어)를 안고 애완견 센터에 들어선다. 갓난아기를 안은 듯 조심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뿐더러 늦둥이도 그런 늦둥이가 없다는 듯 예뻐 죽기 일보직전이다. 게다가 그 긴 털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2시간씩 빗질을 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3대 독자 돌보기 저리가라다.
사례 둘. 집에서 작은 애완견 두 마리를 키우는 직장인 존 김(49·풀러튼)씨. 일요일 밤늦게까지 일한 뒤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들어가도 강아지가 김씨에게 산책 가자고 조르면(?) 아무리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배설물 담을 비닐봉지 들고 강아지 뒤를 따른다고. 달밤의 체조라고 남들이 비웃는다고 해도 예쁜 건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 김씨의 항변(?).
사례 셋. 지난 여름 타운의 한 애완견센터 호텔 서비스를 이용한 한 한인 여성은 가족여행을 가서도 수시로 센터에 전화를 걸어 애완견의 하루 일과와 음식, 간식 등을 체크했다. 그러나 전화만으로는 못 미더웠던지 갓난아이를 처음 맡긴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은 가족들을 여행지에 남겨두고 먼저 LA로 돌아왔다고. 믿을 수 없지만 애완견 엄마, 아빠들에겐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이야기들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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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피 인 스타일에서 애완견이 전문가에게 그루밍을 받고 있다>

■ 이런 것까지 있다니…
상상 초월하는 애완용품

이제 더 이상 루이뷔통이나 구치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 1,000달러가 넘는 애완견 캐리어를 한정 생산해 낸다는 것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 강아지 전용 욕조에 유모차, 마사지는 물론 개 전용 요가 클래스까지 선보이고 있는 요즘, 인간들의 개 사랑 열풍은 유난하다. 게다가 딩크족(맞벌이 부부에 자녀가 없는 가정)이 또 하나의 가족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도 늘 뿐더러 애완견용품 시장은 갈수록 희한한 상품들과 고가의 물건들로 넘쳐나고 있다.
애완견용품 중 가장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 강아지 옷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티셔츠에서부터 파티용 드레스, 인조 털 코트, 레인코트에서부터 최근엔 웨딩드레스까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잔디에서 놀다 벼룩을 옮아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막아주는 특수 티와 개 주인과 함께 입는 커플 룩까지 등장했다.
또 이미 개를 키우는 이들에겐 너무 식상한 아이템이지만 신발과 침대, 옷장, 피크닉용 텐트 등도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 이들에겐 신기한 용품들이다. 특히 한인업체인 구비(Gooby·대표 윤여훈)사가 생산하는 에픽스(Epiks) 애완견 신발은 특허를 낸 제품으로 특수 소재로 애완견의 발 상태를 편안하면서도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게 제조됐다. 이미 한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되는 이 제품은 가격도 프리미엄 급으로 4개들이 한 세트에 74.99달러다.
이외에도 사람이 먹어도 괜찮다고 선전하는 프리미엄 개 먹이와 언뜻 보면 액세서리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목걸이도 최근 인기 상품 중 하나다.
 
“개가 아니라 자식입니다”


털 깎는 건 기본 이온수 목욕에 컬러 염색
경치 좋은 명소 산책하고 기념사진도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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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이 가족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애완견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에서부터 고가의 의류와 소품 등이 애완견을 키우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그루밍도 패션시대

애완견 그루밍(grooming)은 더 이상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패션의 영역으로 옮겨왔다. 목욕 시키고 털 깎는 정도로 인식되던 그루밍이 이제는 털을 어떻게 예쁘게 깎느냐 하는 미용과 염색부분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이온수 목욕과 다양한 컬러 염색으로 각광받고 있는 퍼피 인 스타일 제이 정 사장은 “요즘 강아지는 단순한 애완견이 아닌 가족과 같은 개념”이라며 “그래서 자녀 못지않게 강아지를 꾸미고 입히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루밍은 보통목욕과 전신미용으로 나뉘는데 목욕은 씻고 손톱, 얼굴 털 정리로 대략 25달러선이며 여기에 10달러를 더 내면 털을 원하는 대로 깎아주는 전신미용 서비스가 추가된다. 또 귀털이나 다리 일부분 등을 노랑이나 분홍으로 염색하는 서비스도 최근 미용 서비스 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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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반, 전용 마사지도 등장
 
최근 고급 호텔 체인인 리츠 칼튼에서 고가의 애완견 마사지를 선보여 돈 많은 애완견 주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플로리다 소재 리츠 칼튼 사라소타가 석달 전 시범적으로 ‘복 받은 강아지’(privileged pup)라는 130달러짜리 개 마사지 서비스를 개시한 것. 몸무게 20파운드 이하만 출입할 수 있는 이 호텔 애완견 패키지는 미식견을 위한 비스킷, 마사지, 발톱 다듬기나 매니큐어 칠하기, 기념사진 찍기, 경치 좋은 명소 산책하기, 은 쟁반에 제공되는 유기농 스튜 등 특별 식사가 포함돼 있다.
개 마사지는 그래도 양호한 편. 개 전용 요가 클래스도 있다고 하니 정말이지 ‘개 팔자’가 ‘사람팔자’ 보다 낫다는 말이 식상할 정도다.
유럽에서 이제 막 인기를 끌고 있는 요가 클래스는 산만하고 다혈질 개들에게 특효라는 것이 개 주인과 클래스 강사들의 얘기다.
개 요가 클래스 강사들은 “요가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분만에 버릇없이 짖어대던 개들이 차분해 진다”며 “개들이 명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개들은 6시간이나 요가에 집중할 만큼 요가를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글 이주현, 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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