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 속의 부처

2007-03-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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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의 세계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우주를,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보려거든
그대 손바닥 속에서 무한을,
한 시간 속에서 영겁을 붙잡아라.”
(윌리엄 블레이크)

홀로그램이란, 쉽게 말하면 3차원의 입체 영상입니다. 입체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홀로그램 필름을 잘게 쪼개어도 사람의 몸은 잘려 나가지 않고, 그 조각 하나, 하나마다 완전한 사람의 모습을 입체로 볼 수가 있습니다.
오늘날 홀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홀로그램 현상은 여러 분야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동물의 체세포 하나로 동일한 동물의 복제를 성공시켰고, 생쥐의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을 포함하여 뇌의 4분의 3을 제거해도 기존의 학설과는 달리, 여전히 미로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이제는 인간의 뇌는 물론, 인간의 정신세계마저도, 홀로그램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남으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
이것은 모든 존재의 물질적, 정신적 작용과 현상의 발생과 소멸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불교의 핵심 교리인 연기법의 기본 공식입니다.
이 법칙을 바탕으로 불교에서는 이 우주의 모든 현상은 함께 의존하여 일어나, 걸림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비추면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역동적이고 장엄한 세계를 알려줍니다.
의상대사(7세기께)는 이런 화엄의 소식을 전합니다.
“하나인 그 가운데 일체가 있고 많은 가운데 하나가 있어, 하나가 곧 일체이고 많은 그것이 곧 하나이며, 한 티끌 그 가운데 우주를 머금었고 우주의 티끌마다 낱낱이 또한 같네. 무량 겁 긴 시간이 한 생각 찰나이고 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긴 겁이니….“
붓다님의 궁극적 관심은 인간의 고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고통 또한, 연기의 법칙에 지배받고 있는 것이기에, 그 고통을 해체하여 고통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인간들이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있어 네가 있고 네가 있어 내가 있으매, 나의 기쁨이 너의 기쁨이고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임을 진실로 알아차린 자들은 이런 기도를 합니다.
“자비의 화신인 자여! 이 법의 깃발을 스치는 바람이 세상 어디를 가든, 고통 속에 있는 많은 존재들이 슬픔과 근심으로부터 해방되게 하소서! 그렇게 되어지리다. 스바하!”

박 재 욱 (LA관음사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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