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불 타는 라스베가스’

2007-03-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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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변모한 축복의 땅이다.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카지노의 도시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에 컨벤션의 기능이 합쳐진 복합 도시다. 하루에도 수백대의 여객기가 내리고 뜨는 활주로 상공은 관제탑의 착륙 신호를 기다리며 줄지어 선 비행기 대열로 항상 붐빈다. 야간에는 불야성을 이루는 네온 불빛이 슬롯머신의 열기를 싣고 하늘 위로 솟아오른다. 환호성에 휩쓸려 차마 잠들지 못하는 도시,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는 약 100년 전 몰몬교도가 유타주에 정착하면서 LA를 연결 짓는 거점으로 형성된 도시다. 1930년 후버대통령이 세운 세계 최대의 후버댐이 무제한 전력을 공급하면서 현란한 라스베가스의 야경은 탄생했다. 1931년에 최초로 카지노 호텔의 도박 산업이 합법적으로 승인되었으며 영화로 유명해진 마피아의 두목 벅시 시걸이 1946년에 플라밍고 호텔을 오픈하면서 40년 동안 집중적으로 대형 투자의 불길이 당겨졌다.
하루 10만명 이상, 연간 4,0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과 250억달러에 달하는 관광수입의 원천은 다양한 공연 문화에 있다. 불멸의 뮤지컬인 아바의 맘마미아 공연을 비롯,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셀린 디온의 열창이 길가에 울려 퍼지고 MGM 호텔과 벨라지오 미라지 호텔에선 나체쇼와 마술쇼가 한창이다. 의류 전시회 매직쇼와 전자박람회 등 매월 수차례 열리는 대규모 컨벤션을 찾는 방문객만 50만명이 넘는다.
1985년에 56만으로 출발한 도시 인구는 95년에 100만으로 성장하였고 2005년에 150만을 넘어섰다. 이제 170만을 넘어서며 미국내에서 인구 유입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로 주목 받고 있다. 1년에 자그마치 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러한 인구 증가에 힘입어 2005년도 부동산 상승률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LA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주자들이 저마다 라스베가스의 번영을 꿈꾸며 새로운 삶의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주택 판매량이 감소세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지난 해 9월을 정점으로 매물 재고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인 상권이 형성되고 코리아타운도 태동하고 있다. LA의 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인 은행 설립이 추진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기류를 편승해 LA 투자자의 물꼬는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길목인 동북방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신흥 도시인 빅토빌과 애플밸리로 번져 나갔다. 대규모 주택공사 현장이 도로 주변에 즐비한 가운데 국제공항과 물류 단지 그리고 대형 할인매장이 속속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산을 끼고 있어 공기가 맑은 전원주택 단지 필란도 각광을 받았다. 인근 대도시와 가격차가 남아있는 한 부동산 투자의 손길은 잠재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소강기라지만 주택 시장은 꾸준하다. 빅토빌의 풀티(Pulte) 모델하우스 현장, 새로 지은 주택 4베드룸 2,000스퀘어피트 크기의 2층집이 29만8,000달러의 시세에 심심찮게 팔려나간다. LA 동부와 타주로부터 비즈니스 문의도 활발하다. 경기가 회복되면 우선 바람을 탈 것으로 보인다. 빅토빌을 거쳐 LA와 라스베가스를 잇는 고속 철도의 설치 계획도 지역 발전의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더불어 15번 남방으로 샌디에고에 연결되는 신도시 테메큘라와 뮤리에타 지역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필시 주목의 대상이다. 불모의 땅인 사막 위에 핀 열정의 꽃 라스베가스. 새로운 카지노의 시장이 열리는 바스토우를 지나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원동력인 하이웨이의 무한 질주 속에서, 지금 달려가는 15번 고속도로 선상의 언덕을 넘어 불에 타는 듯 붉은, 밤의 도시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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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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