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철의 테마여행 ‘갈릴리 왜 미움 받았나’

2007-03-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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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의 테마여행>

예수 제자 대부분 ‘갈릴리 사람들’
당시에는 유대교에서 반항아 무리 취급
베드로의 집 위에 가버나움 교회 건립

갈릴리 호수의 식당에 들어가면 ‘베드로 고기’라는 메뉴가 있는데 틸라피아라는 이 생선은 아주 못생기기는 했지만 고소한 맛은 있다. 갈릴리는 베드로의 고향이고 예수의 활동 중심무대라고 할 수 있다. 예수 제자 중 베드로, 안드레아, 요한, 필립, 그리고 마태오 등 6명이 이곳 갈릴리 출신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제자 5명이 갈릴리 근처의 지역 출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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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호수가 교회 내 마당에 세워진 예수와 갈릴리 어부의 동상. 두 마리의 고기와 다섯 개의 빵으로 5,000명의 식사를 마련한 예수의 기적을 새기기 위해 그 자리에‘빵과 고기의 기적’라는 이름의 교회가 세워져 있다>

유대인들이 당시 예수를 따라다닌 사람들의 주세력을 ‘갈릴리 사람들’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대인들은 갈릴리 사람들을 요즘 말로 표현하면 삐딱한 사람들로 보았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반란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BC 721년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로부터 멸망당한 이후 갈릴리 지역에는 이방인들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해 유대인들은 이 지역을 이방인 지역이라고 불렀다. 갈릴리 사람들은 유대교의 엄한 율법을 증오했다. 예수의 제자들은 유대교의 개혁을 부르짖고 나온 진보세력이었고 따라서 갈릴리 사람들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유대교의 사제들은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점점 세를 불려나가자 갈릴리 세력 분쇄의 일환으로 예수를 처형했다고도 볼 수 있다. ‘갈릴리’라는 말 자체가 원래 ‘주위’라는 뜻으로 주변 사람, 즉 이방인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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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호수의 아침은 장관이다. 호숫가에서 기도드리는 순례자들이 많다>

갈릴리는 길이 13마일, 폭 6일의 호수다. 옛날에는 이곳이 각 지역 사람들이 지나는 통행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번잡했고 그래서 이곳을 지나며 예수의 말을 들은 사람들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예수도 이러한 인적인 흐름을 고려해 이 지역을 활동 중심무대로 삼은 것 같다. 예수가 보인 기적 중 9번의 기적이 이곳에서 베풀어졌으며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몇 개로 5,000명을 먹인 기적을 보인 곳도 이곳이고 베드로 장모의 병을 낫게 한 곳도 갈릴리 호숫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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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단강>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베드로의 집에서 머물며 활동했는데 베드로의 집을 그대로 보관한 채 그 위에 초대형 교회가 세워져 있는 것이 가버나움 교회며 고기와 빵의 기적을 일으킨 지점에도 조그만 교회가 세워져 있다. 예수가 활동을 편 곳은 갈릴리를 중심으로 한 12개의 마을이다. 유대인들은 갈릴리 사람들을 율법을 알지 못하는 무리라고 불렀으며 “갈릴리에서는 절대 선지자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하느님의 아들로 불리는 예수와 같은 인물이 배출되는 예상 이외의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예수는 그 시대 가장 억압받고 괄시받는 갈릴리 사람들을 대변하는 지도자로 부상한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예수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달동네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들이 갈릴리의 어부와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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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제자들이 고기를 잡던 어촌은 지금 아름다운 거리로 변해 있다>


갈릴리 호수를 돌아보려면 티베리아라는 마을에 묵게 되는데 아늑하고 조용하며 갈릴리 호수를 끼고 있는 경치가 뛰어나다. 호텔 시설도 좋고 저렴하며 레스토랑과 바가 호수의 산책로에 이어져 있어 성지 같은 인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티베리아는 유대인의 구전 율법을 집대성한 미슈나와 탈무드가 완성된 곳으로 유대교의 학술적인 성지로 꼽혀 이곳에서 학술 세미나가 많이 열린다. 성지순례한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관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갈릴리 호수 위에서 배를 타고 예배를 드리던 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만큼 갈릴리 여행은 기독교인에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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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렛 부근에 있는 포도주 기념품 가게. 가게 주인들은 아랍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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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렛의 수태교회에는 각국에서 성모마리아에게 바치는 그림들이걸려있다>

<이 철 /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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