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미있는 설법’불자들 북적

2007-03-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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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설법’불자들 북적

원효대사와 한용운 선생을 존경한다는 석타 스님은 부단한 열정으로 능동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정혜사의 ‘부흥’비결 뭘까

석타 스님 실생활 관련 쉬운 법회
젊은 세대 가족들 많이 찾아
“청소년 프로 확충”증축운동 한창

가든 그로브에 위치한 정혜사에는 요즘 사찰 증축을 위한 기금 모금이 한창이다. 절이 ‘부흥’해 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불교 교세가 약한 미국 한인 사회에서 정혜사에 불자가 모이는 비결은 뭘까. 주지인 석타 스님의 리더십 아래 시대에 맞게 절이 변하기 때문이다.
2003년 석타 스님이 주지를 맡을 때 정혜사에 다니는 신도 수는 20명 남짓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일요일 법회에 평균 150명이 참석하고 있다. 대형 사찰이라고 부를 만하다.
양적 성장에는 권위를 벗어 던지려는 석타 스님의 노력이 컸다. 초점은 어려움은 내려놓고 피부에 와 닿는 용어와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있다.
스님은 일요법회 법문을 준비하는 데 토요일을 거의 다 바친다. 신도들의 귀에 쏙 들어가는 법문이 되도록 어떻게 해야 불교가 실생활과 만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스님의 법문에는 옛 대사들의 어려운 어록보다는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한자보다는 쉬운 한글이 정혜사에서는 많이 쓰인다. 한국에서도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많아지는데, 영어를 쓰는 미국에서 한문을 2세가 어떻게 이해할까 고민한 결과다. 이 절에 다니는 초등부 학생들이 그림과 만화로 그려진 부처님 이야기책을 쉽게 읽는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다.
이러다 보니 정혜사에는 젊은 기운이 넘친다. 학생들이 많은 덕택이다. 차고를 개조해 만든 방은 교실처럼 꾸며져 어린이와 청소년이 쓴다. 이들은 여기에서 한글 수업을 받고 예불을 올린다. 아이들은 일년에 두 번은 절에서 모두 모여 자기도 한다. 일요학교 교사진도 학생부 예불을 마친 뒤 부처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여러 단계로 나눠 지도하고 있다.
이 절이 요즘은 부처님 성도일을 준비하는 학생들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학생들은 성도제를 맞아 연극, 사물놀이, 장기 자랑을 하려고 한다. 학생 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도 여러 소그룹으로 절을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절에 다닐 수 있기에 정혜사에는 가족, 그 중에서 젊은 세대 가족 비율이 크다. 이들은 절에서 요가도 즐긴다.
이렇게 신도로 들끓다 보니 사찰 증축 필요가 많이 나왔다. 사찰 확장 공사에 들어가는 예상금액은 100만달러.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모금 운동에는 지금까지 61만달러가 약정됐고, 그 중 31만달러가 실제로 걷혔다.
사찰 확장의 목표도 유치원생, 초등학생, 청소년 프로그램 활성화에 있다. 어린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면 사찰 주변 이웃들이 가족 단위로 더 많이 정혜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석타 스님은 “구태의연한 사찰 문화를 극복하고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눈을 맞춘다면 불교도 부흥할 수 있다”며 “리더십을 믿고 따라준 신도들이 있었기에 사찰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정혜사 주소 2780 Lincoln Ave., Garden Grove. 문의 (714)995-3650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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