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고집불통’

2007-03-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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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는 날이면 난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필요한 옷가지며 물건들을 산다. 매주 바지에 구멍을 내오는 큰아이의 바지도 몇 개 사고 승욱이 장난감도 사고, 한달 한달 쑥쑥 크는 아이들의 티셔츠도 한 달에 한번 월중행사로 장만을 한다.
다가오는 승욱이 생일선물로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가까운 장난감 가게를 갔다. 주차장에서 얌전히 카트에 앉아 있던 승욱이가 장난감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슬그머니 내리더니 스스로 카트를 민다. 마치 앞을 보는 아이처럼 유유자적 앞으로 카트를 몰고간다. 그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나는 장난감에 고개를 돌리더니 손에 잡히는 장난감 하나를 집어들었다. “욱아, 이거 갖고 싶어? 이거 엄마는 별로인데”라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을 뻗쳐서 다른 장난감을 하나 집었다.
“어? 두개씩이나 가질려구?”
장난감 두개를 들고 몇발자국 걸어가더니 이번에는 진열대에 매달려서 뭔가를 찾고 있다. 더듬더듬 이것저것을 만져보지만 소리나는 장난감이 아니고 퍼즐 코너인 것을 감지한 승욱이가 다른 진열대에 매달려 있다. 다른 날 같으면 승욱이를 안고 얼른 계산을 하고 나갔겠지만 오늘은 그냥 승욱이 하는 대로 지켜보는 중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고르고 있는 것 같다. 부드러운 인형에서부터 건반을 누르면 피아노 소리와 여러 가지 음악이 나오는 장난감까지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장난감을 집어들고 걷지도 못하고 있다. 5개나 되는 장난감을 도저히 들지 못하겠던지 바닥에 드러누웠다.
“욱아, 5개 다 못 사줘. 하나만 골라. 4개는 여기서 만져보고 다음에 와서 사야 해” 뺏으려했더니 바닥에서 뒹굴고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아이를 학대하는 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다.
“어휴, 욱아 5개 다 못 사줘, 몇 개는 엄마한테 줘 도로 갖다 둬야 해”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고 있는 승욱이를 미국사람들이 나를 나무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정상아이들이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것하고 장애아이가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 이리 틀릴 줄이야.
장난감을 가지고 밀고 당기고 있으니 옆에서 큰애가 “엄마, 창피해.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 내가 장난감 싼 거 살테니까 욱이 그거 다 사주면 안돼?”
큰아이의 말에 난 더 승욱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승욱이에게서 포기시키고 있다. “승욱, 너 포기하는 법도 알아야 해. 고집불통 너 때문에 형아는 항상 양보하잖아. 이번에는 네가 포기해!”
데굴데굴 구르면서 우는 승욱이를 나 역시도 감당하기 어렵다. 겨우 5개 중에 3개를 뺏고 최종적으로 2개를 사주기로 하고 계산대로 갔다.
겨우 장난감 두개를 가진 승욱이는 분한 얼굴로 장난감을 가슴에 품고 있다. 계산을 하려면 스캔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마저 장난감을 계산대에 내려놓으면 두개마저 빼앗길 것이라 생각한 승욱이 포복하며 엎드려 계산대 앞에 쓰러져 있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겨우 계산을 하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승욱이는 회심의 미소를, 나는 쓴 웃음을 짓고 주차장을 걸어나오며 “이 고집불통, 어떻게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냐. 너 이번에 장난감 두개 가졌으니 다음달에는 국물도 없어!” 엄마가 화가 났는지 어쩐지 관심도 없는 승욱이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까르르 까르르 신이 났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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