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소자 선교사로 활동하는 김태훈 목사

2007-03-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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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대 악몽’체험

미국 교도소 돌며 용서·희망 전해요

1980년 봄. 김태훈은 고향 친구가 몸져 누워있는 서울 영등포 단칸방을 찾았다. 그러다 친구 동생 두 명과 말다툼을 벌였다. 때마침 지나가던 경찰이 집에 들어오더니만 수갑을 채웠다.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 체포였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새웠다. 다음날이면 풀려날 줄 알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구치소로 보내졌다. 단순 말싸움이었는데도, ‘공갈협박’ 혐의를 받았다. 자신을 깡패라고 동네 주민이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악몽 같은 삼청교육대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식 재판도 받지 못한 채 김태훈은 ‘인간 재생’이라는 명분 아래 잔인한 구타에 시달렸다. 지옥이 따로 없는 4개월이 그렇게 흘렀다.
25년이 지난 지금, 김태훈은 목사가 됐다. 그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삼청교육대에 다녀오니 아내가 사라졌다. 가정이 파괴된 허탈한 마음에 어린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치듯 왔다. 형수의 권유로 결혼도 두 번 더 해봤지만, 다 실패였다. 네 번째 부인을 만난 뒤 신학을 공부하고 거듭난 것이다.

가정 깨지며 결혼 세차례 실패
자신의 경험 재소자와 나누며
실의 빠진 이들에 사랑의 불씨


김 목사는 갇힌 자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에, 갇힌 공간을 찾아다니고 있다. 미국 내 모든 교도소가 그의 사역지다. 재소자를 위한 선교단체인 국제커넬선교회에서 파송 받은 선교사로 재소자에게 희망과 용서를 전하고 있다.
김 목사는 너무나 끔찍해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삼청교육대 이야기를 ‘사막은 은혜의 땅’이라는 책에서 꺼내놓았다. 용서와 희망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김 목사는 “지금 아내를 만난 뒤 사랑도 배우고, 용서도 배웠다. 그래서 나에게 모질게 고문을 하고 학대했던 빨간 모자의 사나이를 용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수감된 뒤 깨진 가정에 마음이 또 찢어진 재소자에게 김 목사는 용서를 전하고 있다. 재소자의 마음을 잘 아는 김 목사이기에 그들과 동질감을 전하면서 가정과 부부의 회복을 강조한다.
김 목사는 “이 시대에 이혼, 도박 등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보여주고 싶다.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일을 내가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나님의 도구가 되겠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소유하고 있는 120에이커 땅에 은퇴 목회자를 위한 수양관도 지을 계획이다. 문의 kimtaehoonjohn @yahoo.co.kr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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