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3-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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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복을 빌어주는 목사

어떤 종교든지 복에 대한 개념은 가지고 있다. 다만 복에 대한 해석이 다를 뿐이다. 대부분 종교가 강조하는 복은 공통성을 띠고 있다. 모든 사람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복을 보장받지 못하는 종교는 유행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모든 종교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형태의 복이든지 조작하고 자신 있게 대중에게 권한다. 교회도 대중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무시할 수 없기에 복에 관하여 다른 종교와 비슷한 형태로 강조하는 오류를 범한다.
수개월 전 보스턴 지역 교회들이 연합한 부흥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강사로 초청된 한 목회자가 청중에게 자녀를 위한 특별헌금을 요구하며 마치 자기가 자녀를 위해 복을 빌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자녀를 위한다면 죽기라도 할 것 같은 한인 부모의 심리를 이 강사는 정확하게 파악한 것 같다.
이러한 복채 형태의 기도가 기독교 문화라면 교회는 우상숭배 종교의 분파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가 가르치는 복의 개념은 독특하다.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물질과 사회 안정을 약속하는 삶의 방식은 기독교 신앙이 가르치는 본질적인 복의 형태가 아니다.
최근 한인 교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교회분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 잘못된 복에 대한 개념이 있다. 많이 소유하는 것이 복 받은 것이며, 많은 교인을 거느리는 것이 목회의 성공이며, 열성 추종자가 많을 때 강한 리더로 인정된다면 성경과 거리가 먼 기독교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때로는 대중이 선호하는 유행과 비슷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근본적인 목적은 대중이 좋아하는 유행과 전혀 다르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일시적인 현상을 마치 자기 소유인 양 횡포를 일삼는 지도자의 자질이다. 현재 교회 체제로는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가 끊임없는 자기 훈련과 혹독한 자기 절제를 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기독교적인 사이비 종교로 전락할 수 있다. 묵은 체제를 쉽게 고칠 순 없다. 그렇다면 그 체제를 운영하는 양질의 지도자를 생산해야 한다.
효과적인 전도와 복음 증거를 위해서는 조직도 필요하며 조직에 따라오는 경제적인 뒷받침도 요구된다. 문제는 모든 권위와 결정권이 목회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을 옹호하며 잘못된 행동을 집단의 힘으로 정당화하려는 교회는 쉽게 사그라질 것이다. 비록 많은 추종자가 그릇된 지도자를 옹호할 지라도 바르게 충고하는 한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것은 지도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겸손한 모습이다.
목회자의 횡포가 그 어느 때보다 잦아지는 현상은 복을 빌 자격이 목회자에게만 집중되었다는 잘못된 무속종교의 흐름에서 유래됐다. 성경은 복을 빌 수 있는 자격이 목회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구약의 족장 시대 제사장이 있기 전에도 부모가 복을 빌었다.
교회는 가정의 신앙 전통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 목회자가 부모의 자격까지 다 훔쳐 갔다면 이제는 자녀에게 복을 빌어주는 부모의 모습을 회복해 주어 건강한 가정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가정은 건강한 교회를 세워갈 것이다.

손 경 호(보스턴 성령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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