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은퇴’

2007-03-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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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은퇴’

이재선 목사(왼쪽)에게서는 은퇴하는 자의 여유가, 심상은 목사에게서는 출발선에 선 주자의 설렘이 보인다.

갈보리선교교회 이재선 목사, 함께 사역 심상은 목사에 담임 물려줘

이 원로목사, 해외선교 떠날 계획
“집안에 보물 두고 엉뚱한데서 찾았죠”
전도사 거쳐 영어목회 맡았던 심 목사
“일본선교 기도… 후임 욕심 없었어요”

“집안에 있는 보물은 그냥 놔두고, 엉뚱한 데 가서 열심히 찾았지 뭐예요.”
4일 취임 예배를 통해 심상은 목사에게 갈보리선교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주고 원로목사가 된 이재선 목사는 그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심 목사가 6년째 자신의 옆에서 사역을 도왔는데도, 그 가치를 제대로 못 알아봤던 것이 못내 미안한 표정이다.
갈보리선교교회 청빙위원회는 이 목사가 65세가 된 해부터 2년간 후임을 물색했다. 젊고, 영어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목회 경험도 있는 후보자를 교단(하나님의 성회)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교단 내에서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 청빙한다는 신문 광고도 냈다.
몇몇 후보는 교회에서 설교할 기회도 줬다. 적임자를 못 찾던 차에 그제야 교인들의 눈에 들어온 후보가 심 목사였다. 심 목사는 일본에서 건너온 뒤 전도사로 교회와 연을 맺은 뒤 행정과 영어목회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 심 목사를 교인들은 99% 찬성률로 후임 담임목사로 환영했다.
이 목사는 “착하고, 순수하고, 설교 잘 하고, 교인들로부터 신뢰를 받던 심 목사가 그때야 보였다”며 “예수님도 고향인 갈릴리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으셨던 것처럼, 심 목사도 고향인 갈보리선교교회에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한다.
외부에서 후임 담임목사를 데려오려던 것을 지켜보던 심 목사의 기분은 어땠을까. 심 목사는 “하늘나라 인사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니 상관없었다”고 한다. “신학교를 8년이나 다녔던 일본에 돌아가 선교하겠다는 기도를 계속 했기 때문에 자리 욕심은 없었다”고 말한다.
다른 교회에서 가끔 불거지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이 목사는 해외 선교를 떠날 계획이다. 갈보리선교교회가 선교사를 5명 파송하고 있는 탄자니아의 와타투루 종족에 장기 체류할 생각이다.
이 목사는 “담임 목회 때문에 이전에는 거기에 가도 빨리 돌아와야 했는데, 이제부터는 몇 달씩 머무르겠다”고 말한다. 심 목사가 불편해 하면 새벽기도도 다른 교회로 가서 드리겠다고 한다. 이 목사는 “20년 이상 한 교회를 담임하다 은퇴한 목사가 교단에서는 처음 나온데다, 교단의 총회장까지 했으니 아름다운 은퇴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심 목사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갈등은 후임자가 지나치게 권위를 세우려는 과정에서 생긴다”며 “이 목사님께서 좋은 말씀으로 교인을 양육하셨기에 저는 그 위에 성령 충만으로 교인을 이끌려고 한다”고 말했다.
81년 문신규 목사가 창립한 교회를 85년부터 22년간 맡았던 이 목사에게도 목회의 아쉬움은 있다. 당시 50여명이던 교인이 지금도 100여명으로 크게 불어나지는 않은 것이다. 심 목사가 교회 부흥을 일으키기를 바라는 이유다.
이 목사는 “예수님이 3년반 공생애 기간 12제자밖에 못 기르셨지만, 부활하신 뒤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셔서 믿는 자를 폭발시켰다”며 “제가 가르친 교인을 바탕으로 심 목사가 더욱 부흥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 목사는 “말씀의 깊이를 가르쳐준 이 목사님을 멘토로 삼아 한 명의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는 교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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