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킨더가튼 입학 고민하는 부모에게 주는 조언

2007-03-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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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면 무조건 보내라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이유는 아니다”라고 정호승 시인은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집이, 부모 품이 안락하긴 해도 인생이란 항해를 시작한 이상 때가 되면 바다를 향해 돛을 달고 나가야만 한다. 익숙한 것이 편하다고 해서 마냥 그것에 머물러만 있다면 바로 그 익숙한 것들이 독이 되고 쇠사슬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 프리스쿨이 지나고 나면 이제 킨더가튼에 입학해야 한다. 정식으로 학교라는 긴 시스템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이때 많은 부모들이 망설이게 된다. 우리 아이, 정말 준비가 된 것일까? 특히 늦여름이나 가을, 겨울에 태어난, 또래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늦은 생일의 아이를 둔 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올 가을 킨더가튼 입학준비를 시키는 부모를 위한 조언을 페어런츠지 3월호가 게재했다.

12월1일까지 5세 되면
올 가을에 입학 가능
일부러 한 해 늦춰 넣으면
배움 열정 뺏고 자긍심 상처
학습 효과도 기대 못해


대부분의 주들은 오는 9월1일까지 5세가 되면 올 가을 킨더가튼에 입학시켜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는 그 시기가 12월1일이고 일부 사립학교는 7월1일이 경계선이며 또 다른 학교들은 1월로 정하고 있는 등 그 기준이 주마다 또 학교마다 다르다.
조바심이 난 부모들은 어린 나이보다는 한살이라도 많으면 사교성이나 리더십 면에서 또래보다 앞서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자녀들의 킨더가튼 입학을 늦추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여자아이들보다 성숙도가 뒤처진다는 사내아이 부모들은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그러나 과연 킨더가튼 입학을 한해 늦추는 것만이 능사일까? 이에 대해 터프트 대학의 엘리어트 피어슨 스쿨의 데비 리키난 디렉터는 “아이가 준비가 되었고 편하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보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는 “학교를 위해 준비가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는 아이의 임무가 아니라 아이들의 필요에 맞추어서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학교의 임무”라며 공을 아이나 학부모에게서 학교 측으로 돌리고 있다.
Q> 왜 입학을 늦추는 아이들이 늘어나는가?
A> 2002년 부시 행정부가 ‘낙오자 없는 교육’(No Child Left Behind Act)을 제정하고 나서 학교와 부모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 표준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들은 시험점수를 올리기 위한 교과목 편성에 돌입했고 전에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 배우던 것을 요즘은 킨더가튼에서 가르치려고 드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에 편승,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따라가지 못할까봐 은근히 걱정하게 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를 1년씩 늦게 입학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킨더가튼 입학을 늦추는 것은 아이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빼앗아 버리는 무모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또래 아이들은 모두 입학했는데 자신은 뒤처졌다는 자괴감을 아이에게 줄 수 있어 아이의 자긍심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아이가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아이의 호기심과 생동감에 김을 빼버리는 실수가 될 수 있음도 경고하고 있다.
Q> 나이 외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A>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잘 놀고 친구와도 잘 어울리고 손으로 만드는 것도 잘 만들지만 책상에 차분히 앉아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면 한해 ‘보너스’를 주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Q> 1년 늦게 입학하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가?
A>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5세에 입학해야하는 아이를 6세에 입학시킨 아동 1만5,000명을 조사해본 결과 시험점수에서 장기적인 효과는 없었다. 나이효과가 ‘약발’이 먹히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2학년 때까지 뿐이다. 3학년부터는 그 효과가 서서히 사라져 나중에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공부를 좀 더 잘 하게 하려고, 반에서 우수생 그룹에 들게 해주려고 입학을 늦추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Q> 프리스쿨에 다녔으면 준비가 된 것인가?
A> 보통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프리스쿨은 남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학교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 유아들에게 적응할 기회를 준다. 아이가 프리스쿨에 다니지 않았고 또래와 어울려본 경험이 별로 없다면 교사에게 미리 얘기해 놓도록 한다. 좋은 교사는 아이를 준비시켜 줄 것이다.
Q> 아이의 성격과 키도 입학결정에 고려해야 하나?
A>기질은 변하지 않는다. 수줍은 성격의 아이를 1년간 늦춘다고 해서 외향적으로 바꾸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키가 또래보다 작다고 해서 입학을 늦추는 것도 어리석은 결정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 특히 아빠들이 아이가 스포츠에서 또래보다 뒤쳐질 것을 염려해 키가 작으면 킨더가튼 입학을 늦추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외모에 대한 차별이고 이런 차별은 도덕적이라고 할 수 없다.
Q> 그 외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
A> 조산아로 태어난 아기들은 발달이 약간 더디기 때문에 보너스 기간을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보다 성숙도가 느리다고 해서 1년간 늦추는 경향이 많은데 이도 결국은 없어지는 팩터이므로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너스 기간을 아이가 무엇을 하면서 보내는 가이다. 프리킨더 프로그램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냥 기간만 늦추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배움의 기회와 열정을 ‘강도짓’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운동신경·언어실력·인지력·사회성도 미리 체크해야

이외에 체크해 봐야 할 사항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운동신경
◆한발로 5피트를 깡충 깡충 뛸 수 있는가
◆가위로 직선을 대충 바르게 자를 수 있는가
◆더하기 사인과 V, 네모를 모방해서 그릴 수 있는가
■언어 실력
◆질문을 할 수 있고 필요사항을 말할 수 있는가
◆한 마디 이상으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가
◆3단계 명령을 잘 따를 수 있는가: 방에 가서, 슬리퍼 신고, 불을 켜라 등

■인지력
◆간단한 비교를 할 수 있는가 : 두 가지 물건을 보여줬을 때 큰 것을 구별할 수 있는가
◆5가지이상 신체부위를 넣어 막대기 사람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

■사회성
◆그룹에서 편안한가
◆남과 함께 공부하고, 놀고, 나누어 가질 수 있는가
◆지시를 반복적으로 따를 수 있는가

이외에 프리스쿨 교사, 소아과 의사와도 상의하고 지금쯤 킨더가튼에 들러 수업참관을 해보고 1년 후 내 아이도 저렇게 할 수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업참관 시 참고해야 할 사항은 현재의 킨더가튼 아이와 현재의 내 아이를 비교하지 말고 현재의 킨더가튼 아이들과 1년 후의 내 아이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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