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 속의 부처

2007-03-02 (금) 12:00:00
크게 작게
세기의 지혜

고대 중동의 어느 현명한 왕이 어느 날, 그 나라의 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후대 백성들을 위해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세기의 지혜를 모아, 책으로 엮어 오도록 하명합니다.
오랜 연구 끝에 현자들은 드디어, 12권의 책을 만들어 왕에게 바칩니다. 그러나 내용이 훌륭하긴 하나, 너무 길어 백성들이 읽기에 불편할 것을 염려한 왕은 내용을 줄여 오도록 합니다.
현자들은 심사숙고 끝에 줄이고 줄여,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책의 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주문합니다.
현자들은 다시, 갑론을박 끝에 그 한 마디를 왕에게 바칩니다. 그것을 본 왕은 크게 기뻐하며, 현자들을 칭찬합니다. 그 세기의 지혜는 바로 이 한 마디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는 인과의 법칙이라는 불변의 진리가 있습니다. 원인이 있으면 틀림없이 결과가, 결과가 있으면 틀림없이 원인이 있다는 법칙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과 법칙의 성립에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콩을 심은 곳에는 팥이 아니라 틀림없이 콩이 난다고 하는 필연성과 콩이 날 것이라는 결과는 안 봐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예측 가능성입니다. 이것을 기계론적 인과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의 법칙은 인간관계, 즉 의지를 가진 대상에게 의지적 작용을 가할 때에도, 물론 완벽한 기계론적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들은 양심과, 윤리, 도덕적 규범 속에 살아가고 있기에, 의미 있는 범위 내에서는 분명히 성립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윤리적 인과율이라고 합니다.
선인선과 또는 착한 행위에는 결과로써 즐거움이 따른다는 선인낙과, 악인악과 또는 악한 행위에는 괴로움이 따른다는 악인고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짓는 의지적 행위인 업은 틀림없이 결과를 초래한다는 업인과보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평생을 착하게 남을 위해 산 사람이, 괴로움에 시달리며 지지리도 고생스런 삶을 살아내다가 끝내, 생을 마감하고야마는 경우를 봅니다.
한편, 못된 짓만 골라하며 남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도망 다녀도, 즐겁고 편안한 일생을 보내는 부조리한 경우도 봅니다. 그러나 그 또한 과거의 원인에 의한 현재의 결과이며, 현재의 결과는 원인이 되어 미래의 그들을 결정하게 됩니다. 다만 결과로 나타나는 시간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거울이며, 미래의 나를 미리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동안 착하고, 바르고, 참되게만 산다면 미래는, 내생은 결코, 궁금해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결코 우연한 공짜란 없다고 하겠습니다. 있다면 다만, 인과의 법만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을 뿐!

박 재 욱 (LA관음사 법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