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팬지도 사냥 무기 만든다

2007-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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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들이 창을 만들어 작은 동물을 사냥한다는 사실이 발견됐으며 무리 중에서도 어른 암컷과 어린 것들만 이런 사냥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璿賤?초기 인류의 도구 사용 과정을 밝히는 데 한 가닥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BBC뉴스와 로이터, 라이브사이언스 닷컴 등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침팬지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알려진 것이지만 이들처럼 사냥 무기를 만들기까지 하는 행동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2005년 3월부터 2006년 7월 사이 아프리카 세네갈 남부 퐁골리의 숲에서 침팬지들이 나뭇가지를 뾰족하게 갈아 만든 창으로 속 빈 가지나 둥치의 구멍을 쑤셔대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런식으로 잠자는 작은 갈라고원숭이를 사냥하는데 성공한 사례도 발견했다.

침팬지들은 산 나뭇가지를 꺾어 곁가지와 잎을 훑어낸 뒤 끝 부분의 껍질을 벗겨내고 이로 다듬어 뾰족하게 만든 뒤 갈라고원숭이가 숨어 있을 만한 나무 구멍을 찔러대는데 이 행동은 단순히 속에 무엇이 있는지 탐색하는 정도가 아니라 안에 있는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정도의 세찬 동작이었다.


연구진은 봄철에 거의 매일 침팬지들의 이런 행동을 목격했는데 이들은 이런 동작이 단순히 나무구멍을 열어 젖히는 데 비해 숨어 있던 동물이 달아날 기회를 줄이는 것이며 이때 사용된 나뭇가지는 팔의 길이를 늘리는 역할이 아니라 사냥 무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 지역의 환경이 침팬지들에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잡식성인 침팬지들이 구하기 어려운 먹이를 사냥으로 보충하기 위해 정교한 도구를 만들게됐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런 행동은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과 주변 상황 파악 능력을 보여주는 학습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학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침팬지 중에서도 암컷, 그 중에서도 막 성년에 이른 암컷들과 어린 침팬지들만 이렇게 사냥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들은 어린 세대일수록 새로운 도구 등 개혁을 빨리 받아들이고 어른들, 특히 수컷들은 마지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영장류의 전형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린 침팬지들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어미로부터 기술을 배우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사냥 대상인 갈라고원숭이가 어른 수컷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먹이라는 점은 힘센 수컷들이 완력으로 큰 동물들을 사냥하는데 비해 약한 암컷과 어린 것들은 작은 먹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도구 개발 능력을 갖게 됐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학자들은 공동조상을 갖고 있는 침팬지와 인간이 약 700만년 전 갈라진 데 이어인간이 600만년 전부터 도구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 발견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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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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