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는 지금 인터넷중독과 전쟁중

2007-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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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독 청소년에 ‘전기충격 치료’ 까지
정부차원 사용시간 제한등캠페인 벌여
美선 ‘이메일 중독’ 치료 프로그램 등장

올해 17세인 중국 고등학생 쑨지팅은 요즘 군대가 운영하는 치료소에 감금돼 있다. 친구도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오로지 정신과 의사와 간호원, 환자들만 만날 수 있는 그는 아침마다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소리치는 군인에게 전기 충격을 받으며 깨어난다. 도대체 이 학생의 병명은 무엇일까? ‘인터넷 중독’이다.

세계 곳곳에서 알코올, 담배, 마약만큼이나 끊기 어렵다는 인터넷 중독과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 충격까지 가하며 중독 청소년들을 ‘치료’하고, 미국에서는 인터넷 채팅이나 온라인 게임 중독에 이어 이메일 중독 치료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10대들의 14%가 인터넷 중독에 취약하다는 조사에 충격을 받은 중국 정부가 전국적인 인터넷(특히 온라인 게임) 중독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10대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 카페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한편 10대들이 5시간 넘게 컴퓨터 통신게임을 못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터넷 중독이 늘어나면서 재활 치료 센터가 생기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중국에서는 그 치료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과격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국 8개의 인터넷 중독 재활센터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곳은 베이징시 다싱(大興)구의 치료소다. 보통 60명 가량의 환자가 머물고 있으며, 많을 때는 280명을 동시에 수용하기도 한다.

12세에서 24세 사이의 이 치료소 환자들 중에 자진해서 온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부모들이 중국인 평균 임금의 열 배나 되는 치료비를 매달 내면서 강제로 보낸 것이다.

이 치료소의 원장인 타오 란은 원래 헤로인 중독을 치료하던 군 연구원이었다. 그는 인터넷 중독 치료에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상담은 물론 군대식 규율, 약, 최면술, 그리고 가벼운 전기 충격까지 사용한다.

타오 원장은 “인터넷 중독자들은 마약 중독자들과 여러 가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을 하지 못할 경우 마약의 금단 증상과 같은 정신적 반응이 온다는 점과 인터넷 접속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 마약 복용량이 점차 늘어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인터넷 채팅이나 사이버 섹스, 온라인 게임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인터넷 중독의 증상 외에 ‘이메일 중독’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이 등장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경영자들을 고객으로 하는 생활설계사 마샤 이건은 한 사업가가 고객과 골프를 치면서 한 타를 칠 때마다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고객을 잃은 사례를 보고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의 고객 중에는 누구 것이든지 컴퓨터만 보면 반드시 이메일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고, 항상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다가 단 몇 분간만 이메일이 오지 않아도 본인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 시스템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런던 킹스컬리지 연구진은 이메일 중독은 마약보다 더 사람들의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메일 사용자의 경우 지능지수(IQ)가 10% 떨어지는데 이는 마리화나 사용자의 IQ 하락 폭보다 2배 이상 큰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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