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경축’맞은 성바오로성당 양진홍 신부

2007-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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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축’맞은 성바오로성당 양진홍 신부

양진홍 신부는 해마다 1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세례를 주면서 복음을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 하느님을 믿게 한 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사제생활 25년 한국서 13년“반 한국인 됐죠”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멕시코 소년 제랄도는 8세에 처음으로 영성체를 받았다. 선생님은 “예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중에 무엇이 되겠냐고 물으면 예수님이 가르쳐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제랄도는 그대로 따라했지만 아무런 음성을 듣지 못했다. 실망해 고개를 떨궜던 제랄도는 눈을 떴다. 그런데 두 눈에 들어온 신부님이 평소와 달라 보였다. 신부님은 여느 때보다 더 매력적이고 거룩해 보였다.
소년은 그 모습이 예수님의 음성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신부가 돼 평생 하느님의 종으로 살겠다고 맹세했다.
그 소년은 이제 양진홍 신부가 됐다. 세상 나이로는 54세. 그러나 태양처럼 하느님 나라 진리를 널리 알리겠다는 한국 이름 뜻대로 신부가 된 지 올해로 25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는 양 신부의 사제 서품 25주년 은경축 감사미사가 18일 성바오로 성당(1920 S. Bronson Ave., LA)에서 열렸다.
양 신부는 멕시코에서 태어났지만 신부로서는 한국이 고향이다. 1977년 선교사로 한국에 첫 발을 디딘 뒤 신부로 서울, 부산, 광주에서 13년을 머물렀다. 2001년부터는 성바오로성당의 본당 주임신부로 한인 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본인도 “신부로 15년 이상을 한국과 함께 했으니 한국이 제2의 고향이죠”라고 말한다.

1977년 선교사로 첫 인연
유창한 한인어 실력
한인 공동체도 이끌어


25년 신부의 삶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양 신부는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걸 꿈에도 몰랐다”는 유창한 한국어로 답했다.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슬플 때도 있었다. 자신이 간절히 누구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의 욕심과 이기주의로 벽에 부딪혔을 때 눈물이 났다고 한다.
반 한국사람이라고 자신하는 양 신부는 한인 신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한인 가톨릭 공동체는 다른 민족과 달리 매우 조직이 잘 구성돼 있고 계획을 잘 세운다고. 교육 수준이 높아서 가톨릭 교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도 남다르다고 한다.
이렇게 한인을 잘 이해하는 양 신부이지만 처음부터 한국을 마음에 둔 것은 아니다. 중국을 선교하는 꿈을 가졌지만 1970년대 중국은 문호를 개방하지 않아 입국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양 신부는 회상한다.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이 인도하신 게 아니겠냐”고 말한다.
양 신부는 사제로서 앞으로도 하느님 뜻이라면 어디라도 갈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그곳이 한국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끝까지 봉사하는 자세로 살고 싶다고 한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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