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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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6월6일 명왕성 부근에서 촬영한 사진 속의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처럼 보였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를 뜻하는 이 말을 자신의 책 제목으로 썼다. 지구에서 40억마일 떨어진 명왕성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보고 칼 세이건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 푸른 점을 보라. 여기 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총합,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 독트린,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수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 같은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금도 우린 저 푸른 점 위에 살고 있다. 그 위에서 서로 최고가 되겠다고 아옹다옹하고 있다. 지구 위 수많은 사람들, 창연한 건물, 아름다운 자연들의 모습들은 지구를 조금만 벗어나도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영락없이 사람들은 개미처럼,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건물들은 성냥갑처럼 보인다.
우리는 끝도 없는 개미의 행렬을 보고 개미 한 마리 한 마리의 동작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아마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대하는 인생의 목표보다 그가 정하신 방향으로 가는 하나님 사람들의 떼 지어 가는 무리에 관심이 있으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잘 행진하고 있는가? 그저 잘났다고 소리치고 튀는 행동을 해보아야 저 멀리서 바라보면 아무 표시도 나지 않을 것을. 세이건은 계속해서 조그만 점의 의미를 음미했다.
“저 조그마한 점 중에서도 지극히 작은 한 부분을 잠시 동안 영광과 승리로 지배했던 장군들과 제왕들에 의해 피로 물든 강물을 생각해 보라. 이 점의 한쪽 귀퉁이에 사는 민족들이 또 다른 구석에 사는 민족들을 침략해서 끝도 없이 퍼부은 잔인함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많은 오해로 서로 죽이기에 열심이었는가를. 얼마나 열심히 증오했는가. 우리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권을 가졌다는 몽상에 빠졌는가를 이 창백한 점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천문학은 사람을 가장 겸손하게 만든다. 아주 작은 점과 같은 땅에 사는 인간은 아주 바보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천문학보다 잘 가르쳐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더욱 존경하며 살면서 이 창백한 점,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생물이 존재하는 유일한 점을 잘 보존하며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조그만 점을 통해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면 동시에 조그만 점을 통해서 하나님의 크시고 위대하심을 깨닫게 한다. 나 중심의 생각과 삶에서 벗어나 크시고 광대하신 하나님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그제야 진정한 평안과 진실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이 아니라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이다. 별을 보며 하나님과 자신을 한번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캠프장에 텐트를 치고 쏟아지는 은하수 빛 아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되새겨 보길 권한다.
밤하늘은 영원하지만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다는 것을 깨닫고 남은 생애가 세상에서 별과 같이 빛나고 기념할 만한 일을 남기고 가리라 하는 각오를 새롭게 해 보길 바란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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