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부동산 합중국’

2007-0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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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는 곧 영토 확장의 변천사와 다름 아니다. 광활한 미국의 대지는 부동산 빅딜의 산물로 태동해 지금까지 고스란히 청교도 이민 후손에게 계승되었다. 아메리카 신대륙 최초의 부동산 대형 리스팅은 뉴욕의 맨해턴으로 간주된다. 1626년에 신대륙 식민지를 관할하는 초대 네덜란드 총독 페테르 미누이트가 아메리칸 인디언 원주민들로부터 24달러의 가치에 해당하는 조개 염주와 담요를 대가로 지불하고 이 섬을 매입했다. 필자는 이를 미국 부동산 거래의 효시로 삼고자 한다. 영국의 탐험가 H. 허드슨이 맨해턴에 발을 디딘지 17년만에 비로소 그 섬의 토지 가치가 금전으로 환산된 것이다.
19세기 초 미 중부지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길게 뻗어있던 루이지애나주의 매매는 프랑스와 미국간 부동산 거래의 세기적 한판 승부였다. 프랑스 통치권에 있었던 뉴올리언스 항구를 포함하는 미시시피강의 운항권을 넘겨받으려 했던 미국에게 프랑스는 당시 정치적으로 골치를 앓던 땅을 처분할 요량으로 루이지애나주 전체를 넘기는 우를 범한 셈이다. 에이커당 3센트로 쳐서 1,500만달러에 낙찰을 본 뒤 1803년 12월20일 프랑스군은 한반도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광대한 땅을 미국에게 기증하고 유유히 떠나갔다.
캘리포니아의 소유권 이양도 실제로는 전쟁의 대가였으나 서류는 부동산 거래로 남았다. 미국은 1845년에 멕시코령이었던 텍사스를 강제 합병했고 이어서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를 탐해 결국 멕시코 전쟁을 일으켰다. 미군의 일방적 우세 속에 벌어진 전쟁은 1848년 2월 과달루페 비달고 조약의 합의문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은 멕시코 영토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대신 1,825만달러를 지불함으로써 또 하나의 부동산 빅딜을 완수한 셈이다.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와이오밍, 콜로라도주의 대부분이 멕시코 땅이었는데 이 때 전리품으로 미국이 차압(Foreclosure)해 간 것이나 다름없다.
러시아의 식민지였던 알래스카는 단돈 720만달러에 미국의 손에 넘어 왔다.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쓸모없는 동토의 땅으로 간주하고 1876년에 미국에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 링컨 대통령 집권 시기에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H. 슈어드는 향후 태평양을 관할하는 군사기지를 설치할 전략적 목적으로 알래스카의 가치를 예견하고 매입에 나섰다. 재무장관 윌리엄스 워드가 이를 반대하던 의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엄청난 양의 금광과 울창한 산림, 그리고 풍성한 해양자원이 숨어있던 알라스카의 무한가치는 결국 미국의 품에 안겼다. 천혜의 관광지인 하와이와 괌도 전쟁을 통해 미국 명의로 타이틀을 바꿨다.
서부 개척 프런티어 정신을 내세워 인디언 원주민들을 보호구역으로 내몰고 미국 대륙을 완성한 청교도 후손들은 팩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면서 세계평화와 인권의 실현이라는 간판을 걸고 세계 부동산 지도를 새롭게 짓고자 대륙의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든 분쟁지역에는 미국이 출동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미국은 석유의 땅 이라크로 진군했다. 그러나 미군 사망자가 3,000명이 넘도록 전황은 아직 어둡기만 하다. 만일 패전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면 천하를 호령하던 백악관 네오콘(신보수주의)에게 부여된 부동산 제국의 특명도 무산될 것이다.
이 틈을 노려 태평양 건너 대륙 저편에서 14억 거대한 인구 집단이 붉은 깃발 오성홍기를 흔들며 5,000년 역사 위에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의 육중한 발걸음을 내디뎌 진군하고 있다. 징기스칸 몽골제국의 야망을 받아 제 3세계를 향한 21세기 부동산 에너지 대국을 꿈꾸며 지금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213)590-5001 luxtrader@naver.com

김준하 <윈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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