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친구와 충성된 권고’

2007-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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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호루라기 ‘친구와 충성된 권고’

김병호 (횃불교회 담임목사)

성경 잠언에 ‘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충성된 권고란 충고나 책망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친구의 충고, 참 아름답습니다. 좋습니다. 서로에게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충고는 친구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친구하면 보통 동갑내기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많으면 형님, 적으면 아우라고 합니다.
잠언에서 사용된 친구라는 단어는 문자로는 ‘서로 사랑하는 자기 이웃’을 가리킵니다. 이런 성경의 개념을 가지고 친구를 정의하면 친구는 ‘내가 사랑하는 이웃’입니다.
우리가 누구를 충고(충성된 권고)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랑해야 충고가 가능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충성된 권고를 해야 소용없습니다. 그 말이 충고로 그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내가 그를 친구로 여기고 그도 나를 친구로 여길 때 비로소 서로에게 진정한 충성된 권고가 가능해 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당신 똑바로 하세요’는 말을 했다고 한다면, 이게 충고일 수도 있고 비난일 수도 있습니다. 비난과 충고는 겉모양은 같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충고가 되기도 하고 비난이 되기도 합니다. 친구가 하면 충고이고, 원수가 하면 비난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면 충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이면 비난입니다. 충고는 쉽게 받아들여도 비난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습니다. 어느 부모에게 물어봐도 자녀를 사랑한다고 대답합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까지 왔다고 고백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자녀들이 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자녀 중 상당수가 부모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충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부모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녀들로 하여금 우리가 자녀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주는 겁니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까지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로 하여금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의 ‘충성된 권고’(충고)를 자녀들이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모든 관계에 다 적용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시대는 온통 충고와 권고의 시대 같습니다. 신문을 펼쳐도, 텔리비전을 켜도, 충고와 권고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이것이 친구의 말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하는 사람은 충고이지만 받는 사람은 비난으로 받는 것 같습니다. 성경대로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될 뿐입니다.
기윤실이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한인교회들을 향하여 호루라기를 부는 것입니다. 그것은 충고와 권고입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 대하여 때로는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윤실은 늘 고민합니다. 우리가 먼저 교회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정말 주님이 그토록 사랑하셨던 교회, 그래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도 흘리셨던 교회이기에 기윤실도 교회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서 교회로 하여금 친구라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윤실이 교회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충고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그럴 때 충고가 비로소 충성된 권고가 됩니다.
오늘날 교회나 기독교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이민사회 안에서 이슈를 놓고 비판하는 언론이나 단체, 지식인들도 충고 이전에 먼저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래서 상대로 하여금 나를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로서 사랑하기 때문에 권고하는 관계가 돼야 진정한 충고가 가능합니다. 그 속에서 한인 사회는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미국 땅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올해는 서로 사랑하는 친구 사이가 되고 친구이기에 기꺼이 충고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병호 (횃불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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