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윈, `종의 기원’ 서문 써놓고 빠뜨려

2007-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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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이 진화와 자연선택에 관한 혁명적인 저서 `종의 기원’ 초판을 내놓을 때 자신의 연구에 토대를 제공한 다른 학자들에 관해 소개하는 서문을 써 놓고도 빠뜨렸던 것으로 밝혀져 고의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8일 보도했다.

기존 관련 이론과 학자들에 관한 서문 없이 1859년 출판된 `종의 기원’ 초판은 발간 즉시 맹렬한 비난을 받았는데 창조론을 정면 부정한데 대한 충격과 별도로 비난의 일부는 그가 자신에게 영감과 지식을 준 지적 선배들을 소개하지 않은데 쏠렸다.

당시 한 학자는 다윈이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초적인 연구 성과를 남겨준 거장들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표절’이란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1년 뒤 출판된 종의 기원 2판에는 자연선택 이론의 선구자들을 소개하는 서문 `역사적 소묘’가 실렸지만 사람들은 다윈이 비난이 일자 마지못해 서문을 새로 썼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미국 루이스 앤드 클라크 대학의 커티스 존슨 교수는 다윈이 초판 발행 훨씬 전인 1856년에 이미 서문을 써놓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에 따라 다윈의 서문은 비난 때문에 추가 작성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오래 전에 집필한 것임이 밝혀졌다고 생물학의 역사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존슨 교수는 나의 연구에 따르면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쓰기 훨씬 전에 서문 초안을 거의 다 써 놓았다. 문제는 그가 왜 초판에 서문을 넣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1860년 출판된 종의 기원 2판 서문에는 진화론과 관련된 당시 학계의 기존 관찰 결과와 찰스 다윈의 종조부인 에라스무스 다윈, 프랑스의 자연주의자 장-바티스트 라마르크 등 14명의 학자들이 망라돼 있다.

다윈은 이후 최종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내용을 바꾸고 학자들을 추가로 언급, 모두 32명의 학문적 선구자들을 소개했으나 그가 어째서 특정인은 소개하고 다른 사람들은 빼놓았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존슨 교수는 그 중에서도 놀라운 것은 `지질학 원론’의 저자 찰스 라이엘이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로 향하는 비글호에서도 이 책을 갖고 있었음이 확인돼 그가 이 책의 유명한 서문을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며 `종의 기원’을 출판하기 근 4년 전인 1856년 라이엘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저서 서문 내용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존슨 교수는 라이엘이 이미 저서를 통해 진화론의 등장을 예고했고 다윈의 연구에서 그의 존재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볼 때 다윈이 `역사적 소묘’에 라이엘을 빠트린 데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다윈이 라이엘에게 편지를 보냈던 때부터 종의 기원 초판 발행까지 사이에 `역사적 소묘’가 다윈의 머리에서 빠져 나간 것이다.

기존 연구에 관한 소개가 빠진 사실을 지적한 것은 영국의 수학자 베이든 파월이었다.

그는 1860년 다윈에게 분노에 찬 편지를 보내 그가 자신의 진화론 개념을 표절했다고 맹공격했으며 다윈은 곧 사과 편지를 보내 베이든의 업적에 언급한 서문을 써놓았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생각났다고 변명했다.

다윈의 대답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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