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버스토리 ‘테메큘라 밸리 와이너리 나들이’

2007-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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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유혹
맛있는 외출

와인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고, 와인이 웰빙 트렌드처럼 인기를 끌면서 와이너리 여행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나 캘리포니아는 미국 와인의 90% 이상이 생산되는 주산지여서 북가주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를 비롯하여 중가주 파소 로블스와 샌타바바라 등지에 와인 산지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파 밸리가 가까운 것 같아도 훌쩍 여행을 다녀오기란 쉽지 않은 일. 적어도 2박3일이나 3박4일의 시간을 내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와이너리 여행은 일반 관광지 여행과는 달리 왠지 익숙지 않아 선뜻 떠나기가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많다.
이럴 때 추천할 만한 곳이 테메큘라 밸리(Temecula Valley). 요 몇년 새 급부상하고 있는 남가주의 와인 산지로 하루 나들이차 다녀오기에 손색이 없다.
LA에서 남쪽으로 한시간 반 드라이브로 신흥 포도원들을 방문하며 시음도 하고 식사도 하고 바람도 쐬고 오면 특별한 기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와인 맛이야 중가주나 북가주 지역 포도원들만 하겠는가. 그래도 와이너리 피크닉 기분은 얼마든지 낼 수 있으므로 주말 하루 부담 없이 다녀오기에는 이만한 곳도 드물다.
인근에는 스파 리조트도 많고 카지노, 골프 코스, 기구 타기 등의 놀거리가 산재해 있으니 하룻밤 묵어 쉬다 오면 금상첨화. 지난달 27일 테메큘라 밸리 포도원들이 합동으로 개최한 ‘윈터 배럴 테이스팅’(Winter Barrel Tasting)에 토요일 하루 친구들과 함께 가볍게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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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큘라 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캘러웨이 와이너리의 와인 창고에서 배럴 테이스팅이 열리고 있다>


랜초 캘리포니아(Rancho California) 길을 따라 양쪽으로 21개의 포도원이 몰려 있는 테메큘라 밸리는 중가주나 북가주의 와이너리 빌리지에 비해 규모도 작고 테이스팅 룸들도 소박하다.
더구나 계절이 겨울인지라 포도나무들이 모두 벌거벗고 있어 풍경마저 쓸쓸하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소슬하고 호젓한 기분이 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는 것. 이름이 많이 알려진 와이너리에서는 줄까지 늘어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 포도원들은 최근 10~20년 사이에 세워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오래된 곳이 1969년 설립된 캘러웨이 와이너리이고, 나머지는 80년대에 하나둘 생기기 시작, 2000년대 이후 들어선 곳도 8곳이나 된다.
테메큘라 지역은 아무래도 날씨가 덥기 때문에 적포도주 중에서는 시라와 산지오베제가 강하고, 백포도주로서는 비오니에와 샤도네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이곳 와이너리들은 모두 하나의 협회(Temecula Valley Winegrowers Association)로 결집돼있어 철따라 연합 행사들을 자주 개최한다.
이 배럴 테이스팅에도 21개 와이너리가 모두 참여하였는데 유감스럽게도 하루에 그 모든 곳을 돌아보고 시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우리는 총 9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다.
배럴 테이스팅이란 바로 전해 수확한 포도로 빚은 와인을 오크통(oak barrel)에서 숙성중인 상태에서 꺼내 맛보는 것. 따라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와인을 병입하기 전에 맛본다는 특별함과, 아직은 거칠고 덜 익은 와인이 훗날 어떻게 숙성해 갈지 미리 점쳐볼 수도 있는 재미있는 시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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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 열린 윈터 배럴 테이스팅에는 테메큘라 밸리의 21개 와이너리 모두가 참여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캘러웨이(Callaway), 포크너(Falkner), 하트(Hart), 마운트 팔로마(Mount Palomar), 팔룸보(Palumbo), 사우스 코스트(South Coast), 스튜어트(Stuart), 손튼(Thornton), 윈스(Wiens) 와이너리들로 이들은 각자 2~4개 종류의 와인을 각각 어울리는 음식과 페어링해 서브했다. (티켓 가격은 일인당 83달러)
배럴 테이스팅이라 해도 반드시 나무통에서 직접 꺼내주는 것만은 아니고, 이미 병입되어 최근 출시된 와인을 내놓기도 하고 샴페인과 디저트 와인을 포함시킨 곳도 있었다.
손튼 와이너리에서는 아주 특별한 샴페인을 맛보았는데 시라와 그레나슈로 만든 쿠베 루즈(Cuvee Rouge)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진한 적포도주 품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색깔도 진한 붉은 빛을 띠었고 맛도 보통 샴페인과는 달리 태닌까지 느껴지도록 진하고 묵직하면서 동시에 경쾌한 기포가 입안 가득히 퍼져 매혹적이었다.
이 샴페인은 특별히 밸런타인스 데이에 인기가 있어서 품절사태를 빚곤 한다는 것이 와이너리 측의 설명. 다녀본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와이너리 방문의 매력은 바로 이런 데 있다. 그 곳에서 자란 포도열매로 그곳에서 빚은 포도주를 바로 그곳에서 따라 마실 때의 즐거움, 거기서 마시는 와인의 맛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못 된다.
와이너리에서 시음했던 와인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 마실 때가 있는데 도무지 그때와 같은 맛이 나지 않는 것을 자주 느낀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모든 예술품은 창조된 그곳에서 감상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현장성(in situ)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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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라 포도밭이 쓸쓸하다. 또한 테메큘라 밸리는 신흥 와이너리가 많아서 포도나무들이 아직 매우 어린 것을 볼 수 있다>

<와이너리 시음 주의점>
주는대로 마시지 말고 맛만 보고 버려야
캐주얼하게 와이너리들을 방문할 때는 각 포도원의 테이스팅 룸을 찾아가 시음하게 되는데(시음료는 일인당 7~15달러) 절대 따라주는 대로 다 마시지 말고 맛만 본 후 따라 버려야 한다.
한 와이너리에서 보통 5~6종류의 와인을 서브하기 때문에 술이 약한 사람은 아무리 조금씩 마신다 해도 두어 군데만 돌고 나면 상당한 취기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누군가 술을 마시지 않는 운전자를 동행하거나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테메큘라 밸리의 와이너리들은 차들이 하이웨이 속도로 쌩쌩 달리는 2차선 도로 양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들어가고 나오는 길마다 각별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사족으로 한마디, 와인은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가 그 맛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동행친구를 선별할 것, 꼭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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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 테이스팅은 일반 시음과는 달리 양조장이나 창고에서 직접 와인을 맛본다는 특별함이 있다>

테메큘라 포도원 협회 올해 행사들
▲Grape day 2007(2월22일) : 포도 경작기술과 포도원 운영에 관한 전문적인 세미나로 업계 전문가들과 와인 양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다. Thornton winery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열리며 점심과 와인, 치즈가 제공된다. 예약 필수. 일인당 70달러.
▲The Ultimate Regional Wine Tasting(3월24일) : 지역별 와인의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시음회.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로부터 나파 밸리,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이르기까지 14개 와인 산지의 와인을 총 100종류까지 시음하면서 전문가로부터 설명들을 수 있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Callaway 와이너리에서 열리는 테이스팅은 일인당 58달러, 오후 7시부터 Falkner 와이너리의 피너클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와인 디너는 135달러다.
▲Winemakers Choice Weekend(5월5~6일) : 테메큘라 밸리 와인들 중 시음대회서 상을 탄 와인들만 맛보는 행사. 21개 와이너리들을 모두 돌아보며 각각 최고의 와인들과 거기에 매치되는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인당 83달러.
▲Vine 2 Wine(8월4일) : 포도 수확기를 바로 앞두고 아름다운 와이너리 풍경을 즐기면서 시음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투어. 럭서리 셔틀을 타고 와이너리들을 돌아다니며 와인메이커들과 만나 양조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100명 한정 예약.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는 투어와 테이스팅은 70달러, 오후 6시에 열리는 선셋 바비큐 시음회는 50달러, 투어와 바비큐를 모두 즐기는 콤보 티켓은 110달러이다.


<테메큘라 와이너리 리스트>
Alex’s Red Barn (39820 Calle Contento)
Baily (33440 La Serena)
Bella Vista Cilurzo (41220 Calle Contento)
Callaway (32720 Rancho California Road)
Churon (33233 Rancho California Road)
Falkner (40620 Calle Contento)
Filsinger (39050 De Portola Road)
Hart (41300 Avenida Biona)
Keyways (37338 DePortola Road)
Leonesse (38311 DePortola Road)
Maurice Car’rie (34225 Rancho California Road)
Miramonte (33410 Rancho California Road)
Mount Palomar (33820 Rancho California Road)
Palumbo (40150 Barksdale Cir.)
Ponte (35053 Rancho California Road)
South Coast (34843 Rancho California Road)
Stuart Cellars (33515 Rancho California Road)
Thornton Winery (32575 Rancho California Road)
Van Roekel (34567 Rancho California Road)
Wiens (7 miles east on Rancho California Road)
Wilson Creek (35960 Rancho California Road)
(괄호안은 주소. 도시명 Temecula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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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큘라 밸리의 다운타운 입구. 스파와 리조트, 골프코스, 핫 에어벌룬 등의 유원지가 많아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가는 길: 5번 South를 타고 가다가 91번 East로 갈아탄 후 15번 South를 타고 Rancho California에서 내려 좌회전, 5마일 정도 더 가면 양쪽으로 와이너리들이 나온다.
▲문의 : Temecula Valley Winegrowers Association (951)699-6586, (800)801-9463
▲웹사이트: www.temeculawines.org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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