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 치아 화석에 고대 빙하기 단서

2007-02-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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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천400만년 전 지구를 온실에서 거대한 냉장고로 바꾼 급격한 기후변화의 세부적인 양상이 말 치아 등 동물 화석을 통해 부분적으로 밝혀졌다고 국제 연구진이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네덜란드와 미국 학자들은 당시 기온이 약 40만년에 걸쳐 8℃ 가량 급강하하는 급격한 변화로 많은 동물이 멸종했다면서 지난 주 발표된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가 금세기 안에 1.8~4℃의 기온 상승을 예고한 것은 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충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오세(약 5천300만~3천370만년전)와 올리고세(약 3천370만~2천380만년 전) 사이의 전환기에 수많은 생물 종이 멸종했다는 사실은 화석 자료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것이지만 당시 기후 변화가 얼마나 심했는지, 정확히 어떤 시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힐만한 분석의 도구는 아직까지 없었다.


연구진은 건조한 티베트 고원의 북동쪽 가장자리에 있는 시닝(西寧) 분지에서 발굴된 퇴적암층 화석을 통해 이 침전물이 호수의 범람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암석에 남아있는 자기 신호를 분석, 호수의 범람이 언제 시작돼 언제 끝났는지를 알아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시닝 분지의 건조화는 남극의 결빙이 시작되는 때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도 아대륙이 아시아 대륙과 충돌, 티베트 고원이 형성된 뒤 아시아가 건조 기후대로 바뀌었다는 종전의 지배적 이론에 일대 타격을 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미국의 대평원에서 발견된 말과 오리오돈트라고 불리는, 다른 발굽 갈라진 동물의 치아 및 뼈 화석을 대상으로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산소 동위원소는 치아의 형성 당시 온도를 말해주며 탄소 동위원소는 습도를 말해준다.

학자들은 ‘작은 타임 캡슐’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말 치아 화석의 동위원소 자료와 정확한 위치 및 연대를 통해 급격한 기후 변화의 자세한 내용을 꼭 집어낼 수 있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기온은 40만년에 걸쳐 8.2℃(±3.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시기에 북미 대륙에서는 많은 양서류와 파충류, 복족류(腹足類:달팽이ㆍ괄태충 등)가 멸종된 반면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살아남았다고 지적하고 이는 냉혈동물과 온혈동물의 체온조절 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처에 함께 발표된 다른 미국 학자의 논평에 따르면 남극 대륙의 결빙은 동떨어진 현상이 아니라 당시 전지구적인 현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남극대륙의 결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었던 판이론에 따르면 호주, 남아메리카와 함께 초대륙을 이루던 남극대륙이 갈라진 뒤 남극대륙은 차가운 바다에 둘러싸여 기후적으로 고립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 연구에서는 당시 남극대륙을 둘러싼 해류가 냉각보다는 오히려 온난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올리고세는 남극 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전환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컴퓨터 모델에서는 기온의 급강하는 온실 효과를 내는 이산화탄소의 감소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의 방출은 화산 폭발과 인간 활동이 원인이다.

학자들은 과거의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파리 로이터.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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