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0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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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행복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화해와 평화를 위한 쉬운 방법

밥 피얼스 목사의 뒤를 이어 월드비전 제2대 총재로 활동한 스탠 무니햄 박사가 한인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그는 세계적인 신학자요, 성서학자요, 영적 거장으로서 한 시대를 살았던 분입니다. 월드비전의 선교헌장과 핵심가치를 정비했고, 물질적, 사회적,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적 변화를 가져오는 월드비전 개발 사업의 기틀을 잡은 분입니다.
1980년대 초반 코스타리카에서 남미의 교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큰 컨퍼런스가 있었습니다. 토론을 통해 교파간 반목과 질시를 극복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컨퍼런스에서 무니햄 박사는 토론의 진행 및 중재자 역할을 요청받아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첫날 회의는 난항이었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미워하고, 폄하하기에 바빴으며, 발표 차례가 되면 오래된 갈등의 주제들을 다시 들춰내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것 외에 새로운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첫날이 끝난 후, 무니햄 박사는 방으로 돌아와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이들의 갈등을 해소시킬 방법은 없습니까? 제가 중재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때 마음속으로부터 에드윈 마컴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나를 밀어내기 위해 원을 그렸으나, 나는 그를 끌어 앉는 원을 그렸다.”
다음 날 아침, 회의는 속개되었습니다. 무니햄 박사는 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모든 참가자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분필을 가지고, 모든 사람의 주변 바닥에 작은 원을 그렸습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그들에게 무니햄 박사는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어저께 경험한 여러분들의 모습입니다. 이 원은 자신들만의 아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원에서 나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거부합니다. 저는 에드윈 마컴의 시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나를 밀어내기 위해 원을 그렸다, 그러나 나는 그를 끌어 안기 위해 원을 그렸다. 왜냐하면 그를 사랑하니까…’”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자, 저는 이제 원 하나를 더 그리겠습니다” 하며 장내를 다 포함하는 큰 원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무니햄 박사는 말을 이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제가 이제 저의 원을 그렸습니다. 여러분의 원을 다 포함하는 원입니다. 여러분의 원 안에는 제가 없지만, 제 원 안에는 여러분 모두가 있습니다. 이번 회의가 끝나는 주말까지 저는 이 원으로 여러분을 품을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제 원을 벗어나면, 저는 더 큰 원을 그려 여러분을 또 품을 것입니다. 제가 하는 노력이란 단지 더 큰 원을 그리는 것뿐이지만, 여러분은 항상 제 원 안에 있게 되겠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주 조금만 여러분의 원을 크게 그리는 것은 어떨까요? 회의를 속개하겠습니다.”
자신의 아주 작은 초라한 원을 내려다보던 지도자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회의가 끝날 무렵, 향후 교파간의 협력을 약속하는 매우 훌륭하게 합의된 공동 선언문이 채택되었고, 헤어지는 각 교파의 지도자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우리도 저마다 원을 그립니다. 큰 원, 작은 원 등등. 크기와 형태는 여러분에 달렸습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큰 원을 그렸습니까? 그 원 안에는 누가 들어와 있습니까?
“나는 정말 이 사람 싫어. 절대 내 원 근처에도 못 오게 할 거야! 이 사람뿐이겠어? 저 사람도 모두 싫어.” 이런 것은 아닌지요?
여러분! 우리 조금만 더 큰 원을 그립시다. 평소 가재 눈을 뜨고 흘겨보던,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사람을 새로 그린 그 원으로 품읍시다. 안되면 더 큰 원을 그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반목과 질시의 장벽을 넘어 화해와 평화의 세계로 나가는 지름길이며, 나 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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