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격사고로 아들 잃고 펑펑 그때 평안이 찾아왔어요

2007-0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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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사고로 아들 잃고 펑펑 그때 평안이 찾아왔어요

불의의 사고로 잃은 아들 강현우씨 사진을 보며 강정원(오른쪽)씨와 혜옥씨는 “세상에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다 한 뒤 눈감으면 아무런 슬픔이 없다”고 말한다. <진천규 기자>

강혜옥-강정원씨 부부

결혼 8년만에 얻은 아들 숨져
이틀간 정신없이 눈물바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일”깨달아

이웃들에 담대하게 간증
주님 멀리하던 남편 돌아와
“실의 빠진 사람들 도울 것”


강혜옥(53)씨는 결혼한지 8년만에 외아들 현우씨를 낳았다. 신혼 때는 맞벌이하며 사느라 애 가질 생각도 하기 힘들었다. 아이를 낳자고 결심하며 2년을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포기한 마지막 순간에 태의 문이 열렸다.
어렵게 얻어 24년간 옥이야, 금이야 키운 자식이 성경에 기록된 대로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처럼’ 사라지면 부모 심정이 어떨까. 그것도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면, 부모 가슴에는 피멍이 들지 않을까.
강씨는 지난해 12월25일 교인 병문안을 마친 오후 4시 현우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뒤에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끝내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씨가 기다리는 그 사이 아들은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가 뒷머리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
“처음엔 크게 다쳤다고만 생각했어요. 저희 집에서 차로 7분 떨어진 아들 집에 들어가려니 경찰이 막더군요. 인간의 마음으로 힘들어서 정신없이 울었죠. 남편(강정원)은 크리스마스 연휴라 멕시코로 낚시를 가 26일 오전 4시에야 돌아와, 의지할 곳도 없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나왔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울었다. 27일 새벽교회 교인들이 위로하러 들렀을 때 갑자기 성경 구절이 떠오르기 전까지 말이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24일 특별 성경공부 시간에 받아 한 달간 묵상해야 할 요한복음 14장27절이었다. 하나님이 사고로 인해 자신이 마음 다칠 것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 주신 말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그러고 보니 모든 일이 다 예정된 게 아니었나 싶었다고 한다. 원래는 세 식구가 23일에 멕시코 낚시 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아들이 “직장 때문에 교회를 너무 오랫동안 못 나갔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교회를 꼭 가야겠어요”라고 마음을 바꿔 아버지만 떠났었다.
“남편이 낚시하러 간 사이 저는 제가 받은 성경 말씀을 50번 넘게 읽었어요. 예수님이 주시는 평안을 생각하니 너무 기쁘고 좋았어요. 울다가 ‘우리 아들 천국 갔지. 하나님이 뜻이 있어서 데려가셨지’하고 깨달았어요. 하나님께서 제 마음을 붙잡아 주시기 위해 미리 말씀을 주셨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평안한 자신의 모습에 오히려 몸둘 바를 몰라했다고. 주변 사람에게 강씨가 “내 앞에서 울지 않아도 돼. 우리 아들 천국 갔는데 얼마나 좋으냐. 여러분 마음이나 추슬러라”하고 위로했다.
장례식장 가는 차에서도 강씨는 감사의 기도와 찬양을 계속했다. 장례식장에서도 “제 마음을 담대하게 하시고, 평안을 주신 걸 보면 하나님은 살아 계십니다”고 간증을 했다. 물론 눈물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남편은 “평소 당신 목소리가 아니었다”고 했고, 교인들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고 했다.
강씨는 아들을 잃은 대신 남편이 ‘돌아온 탕자’가 돼서 기쁘다고 한다. 남편은 80년대 신학교를 다니고 전도에 앞장섰었지만, 사업이 바쁘고 세상을 자꾸 쳐다봐 교회에 등을 돌렸다고. 아들을 잃자 남편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강정원씨도 “믿음이 있는 사람은 죽음에 너무 연연해 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육신의 아들과 이별한 건 당연히 슬프죠. 하지만 아들의 사고로 남편과 아들의 친구들이 하나님께 돌아왔어요. 아들의 죽음을 통해 합력해 선을 이룬 것이라고 믿어요. 저희 역시 언제 갈지 모르잖아요?”
강정원씨도 “앞으로는 아픔을 가진 주변 사람들이 실의에 빠지지 않게 일으켜 세워주는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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