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 속의 부처

2007-0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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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1999년부터 시리즈로 상영된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매트릭스란 통제며,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세상은 허구의 가상 현실이며,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강제된 시스템 속에 사로 잡혀 있다고 전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세계를 해석하고 재구성한 것을 현실이라 착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뇌에 의해 해석된 전기 신호들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매트릭스는 인류가 경험하는 세계는 완전히 왜곡된 세계라고 말합니다.
그 일편의 핵심은 “스푼은 없다”라는 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푼을 구부리려 하지 말아요. 그건 불가능 하답니다. 대신 진실을 깨달아야 해요. 스푼은 없어요. 구부려지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죠. 당신의 마음이 구부려지면 스푼도 구부려진답니다.“
우리는 눈, 귀 등 다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감촉을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찰나,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습득된 편견과 고정 관념이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각자 자기 이해로 구축한 가상의 세계를 참 모습의 세계로 착각한 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감각기관이 대상이나 현상과 부딪힐 때 인식이 발생하며, 동시에 외부에 무엇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존재가 불변의 존재이기 위해서는 동일한 인식의 반복이 요청됩니다. 그러나 눈앞의 존재는 한 찰나 전의 존재와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물론, 정신적 현상까지도 한 찰나의 쉼도 없이 조건에 따라 모였다 무너지고, 흩어지면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눈앞의 엄연한 존재와 정신적 현상은 다만, 인식된 경험적 존재와 현상일 뿐, 고정불변의 실체란 없다고 합니다. 있다면 법이란 의식의 흐름만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주관도 객관도 모두 뒤바뀐 망상 속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나와 세계의 참모습을 알아차리고 탐착과 아집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지혜란 마음의 눈이 열려, 자비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비란 지혜의 발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열린 마음의 눈을 ‘공’이라고도 합니다.
혜능(중국·638∼713년)대사께서 산책 중에 마침, 어린 스님 두 분이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다투고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거야.”
“아니야. 깃발이 움직이는 거야.”
“아닌데…”
“아니라니까.”
보다 못한 대사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답을 주십니다.
“허허! 움직이는 것은 우리 스님들의 마음이구먼.”

박 재 욱 (LA관음사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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