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학생 아내의 고민 도전으로 날려보세요”

2007-01-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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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아내의 고민 도전으로 날려보세요”

김성경씨는 편안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진천규 기자>

동양선교교회 사서 김성경씨

주변 반대 무릅쓰고 공부 시작
예비하시는 하나님 만나며 변신
“신앙고취 책 찾아줄 때 보람”

지난해 10월부터 동양선교교회(담임목사 강준민)의 도서관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사서 김성경씨(36).
지금은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유학생 남편 뒷바라지만 하던 전업 주부였다. 유학생 배우자로 미국에 건너와 신분 문제 때문에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김씨는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 4∼5년 사이 김씨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김씨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을 찾고 걸어온 시간이었다”고 믿고 있다.
김씨는 도시계획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럿거스 대학에 입학한 남편(천상현)을 따라 1999년 초 미국에 왔다. 남편은 현재 UC버클리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때부터 유학생 아내가 가지는 ‘특수한’ 고민에 빠졌다. 남편은 학교에 가 없고, 사회적 인정은 전혀 못 받고, 인적 교류의 폭은 좁아지는 문제에 부딪치게 됐다고.
“대부분 유학생은 경제적 어려움이 많죠. 게다가 남편은 공부를 하면서 앞서가는 것 같은데 저는 뒤에 처지는 것만 같은 불안감도 있어요.”
유학생 배우자도 대개 대학도 나오고 직장도 다녔기에 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신분상 제약 때문에 뜻을 접는다고 한다. 김씨도 2001년까지 가사만 돌봤다고. 그러다 남편이 박사 과정을 밟기 시작하면서 김씨에게 공부를 시작하라고 격려해주었다.
“2002년이 되자 더 늦추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시험을 보려면 1년은 필요하니깐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죠.”
부부는 결심했지만 주변의 반대가 거셌다. 친정 어머니는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시어머니는 “아들 하나 공부시키는 것도 벅찬데”라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김씨도 “내가 무슨 영광을 보자고 이러나?”싶어 주춤했다고.
이럴 때 신앙의 힘이 방황하는 마음을 다잡아줬다고 한다. 하나님을 믿지 않던 남편도 공부하는 게 힘들었던지 하나님께 간구하기 시작했다. ‘선데이 크리스천’이던 김씨도 남편과 자신을 위해 새벽기도에 나가는 등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는 성경 구절이 딱 맞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기업 자료실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도서관학과 관련 대학원에 응시했다. 남편과 같이 버클리에 다니고 싶었지만 지원한 다섯 학교 중 버클리만 낙방했다. 그나마 가까운 UCLA 도서정보학 대학원으로 결정했다.
“입학할 때는 등록금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하나님께서 다 해결해주시더군요. 럿거스에서 남편과 같이 공부했던 동기생을 UCLA에서 만났는데, 그 친구가 학비 대출에 공동 서명을 해줬습니다.”
여러 문제들을 이겨내고 동양선교교회 도서관에서 한인을 돕고 있는 건 어떨까. 김씨는 “자녀 교육이나 자신의 신앙심 고취에 필요한 좋은 책을 골라달라는 요청을 들어드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아요”라고 말한다.
고비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던 것이 후회되지는 않을까. 김씨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죠. 해보고 후회하는 게 실천하기 전에 느끼는 두려움보다 훨씬 낫습니다. 할 수 있을 때 이끌어준 하나님께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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