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버스토리 ‘세도나·그랜드캐년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2007-0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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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도나·그랜드캐년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정대용 기자

풍광은 무채색 체험은 천연색

겨울철 사막은 어떤 모습일까. 사막에도 눈이 내릴까. 이런 게 궁금하다면 애리조나주 세도나를 방문하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특히 100도가 훌쩍 넘어가는 한여름에 세도나를 다녀왔다면 요즘 같은 겨울에 다시 세도나를 찾는 것도 멋진 여행이 다. 얼음이 꽁꽁 얼고, 눈 내린 흔적이 남아 있는 사막. 겨울 세도나는 추울 때 먹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하고 멋진 사막의 풍광을 선사한다. 세도나와 2시간 거리(108마일)의 그랜드 캐년. 멀지 않은 거리니 만큼 두 곳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다. LA에서 출발하면 자동차로는 3박4일, 항공편으로는 2박3일 정도면 충분하다. 지난 마틴 루터 킹 데이 연휴(13~15일)를 맞아 2박3일 일정으로 세도나와 그랜드 캐년을 다녀왔다.

■세도나(Sedona)
“그랜드 캐년을 만든 것은 신이지만 신이 사는 곳은 세도나이다.”
세도나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신비스럽고 경이롭다는 뜻이다. 세도나는 자연 풍광만을 자랑하는 여느 관광지와 달리 자연이 만들어내는 ‘기’가 풍부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세도나는 많은 예술인과 종교인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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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바위에서 내려다 본 세도나의 모습. 세도나에는 성당바위를 비롯해 갖가지 형태를 한 많은 기괴한 바위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세도나는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17번 프리웨이를 타고 100마일 정도 올라가면 만나는 179번 하이웨이에서 시작된다. 이곳부터 관광객들은 절경의 파노라마에 깊숙이 빠지게 되는데 서부 영화나 TV 광고에서 보던 그런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도로 양 옆으로 보이는 붉은 바위들은 태양의 각도와 빛의 양에 따라 수시로 자태를 바꾸는데 일단은 그냥 지나가자.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멋진 풍광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도나는 Y자 교차로(Y Junction), 업타운(Up Town), 웨스턴 세도나 등 크게 3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한인들이 ‘천안 삼거리’로 부르는 Y자 교차로는 179번과 89번이 만나는 곳으로 지리적으로 세도나시(City of Sedona)의 가장 중심이다.
업타운에는 웨스턴 스타일의 각종 상가들과 아트 갤러리들이 몰려 있으며 웨스턴 세도나는 지역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과 아파트 및 대형 수퍼마켓이 몰려 있다. 이 정도 지역 구분만 할 수 있어도 세도나를 여행하기에는 한결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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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투어를 이용하면 세도나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세도나 여행의 첫 시작은 드라이브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세도나에는 또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있는데 바로 ‘쉬네블리 힐 로드’(Schnebly Hill Road)로 세도나와 17번 하이웨이를 잇는 마차도로로 개통됐다.
그동안 하이킹 트레일로 이용돼 오다 최근 대규모 공사를 통해 12마일의 비포장도로로 다시 태어났다. 한때는 지프 차량만 통행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일반 차량에도 개방된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시속 15마일 정도 달리다 보면 도로 양쪽의 기암괴석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 이상 속력을 내면 차가 튕겨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눈이 자꾸 창밖 풍경으로 쏠리지만 길이 좁고 매우 꼬불꼬불하기 때문에 운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비포장 길을 따라 6마일 정도 올라가면 길이 폐쇄된 곳이 나오는데 이 곳에서 차를 세우고 세도나의 절경을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멀미를 할 수도 있으니 가급적 먼 경치를 바라보는 게 좋다. 쉬네블리 힐 로드는 삼거리에서 179번을 타고 0.5마일 정도 남쪽으로 내려오면 시작된다.
세도나 방문 기간에 적어도 하루는 하이킹을 하는 것이 좋다. 세도나에서 ‘선더 마운틴’정상에 오르는 트레일로부터 자녀들과 함께 쉽게 오를 수 있는 작은 언덕까지 세도나에는 300여개의 하이킹 코스가 개발돼 있다. 추천할 만한 코스는 삼거리 남쪽에 있는 벨락을 오르는 하이킹 트레일로, 바위를 겉에서 보는 것과 안쪽 깊숙이 들어가서 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실감할 수 있다. 세도나에서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는 ‘레드락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 가격은 5달러며 비지터센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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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며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업타운의 모습>
세도나에서는 반드시 아트 갤러리를 둘러보아야 한다. 세도나에는 100개에 가까운 아트 갤러리들이 몰려 있다.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요, 초보자라 할지라도 반드시 1~2개의 갤러리는 둘러보면 좋겠다.
삼거리에서 업타운으로 올라가는 초입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는 카페가 있는데 이곳이 한인이 운영하는 ‘마고 카페’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나 한인의 정을 느끼고 싶을 때 이곳을 찾으면 따뜻한 인삼차와 맛있는 비빔밥을 대접받을 수 있다. 물론 돈은 내야 한다.
업타운에서 위로 더 올라가면 ‘오크 크릭 캐년’이 시작된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로 연결되는데 북한산의 우이동 계곡을 연상시킨다. 겨울에는 좀 그렇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깨 먹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밖에 세도나에는 체험할 거리가 많다. 저렴하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요가다. 지구상에서 ‘기’가 가장 세다는 이유로 세도나에는 기를 수련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요가는 가장 쉽게 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세도나에서는 12~15달러만 내면 전문가로부터 90분 동안의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1대1로 특별 레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숙소나 갤러리를 통하면 쉽게 요가 레슨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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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나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은 요가를 통해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세도나의 멋진 비경을 속속들이 맛보기 위해서는 지프 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지프 투어는 일반 승용차로 접근할 수 없는 산봉우리 바로 아래까지 들어가 아슬아슬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가격은 1시간30분~3시간에 45~72달러다. 세도나에서는 또한 사파리 여행을 할 수 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팍’(www.outofafricapark.com)에서는 28달러의 요금으로 호랑이와 기린, 사자 등이 있는 공원을 투어할 수 있다.
헬리콥터 어드벤처, 핫 에어 벌룬 투어, 승마 등도 즐길 수 있는데 ‘크레이지 코요테’(www. krazykyote.net) 같은 여행전문 사이트에 들어가면 한꺼번에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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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나에서는 해마다 마틴 루터 킹 주간에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신이 사는 세도나, 신이 만든 그랜드캐년

자연이 만들어 내는‘기’풍부
12~15달러 내면 요가 레슨도

<세도나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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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네블리 드라이브 로드를 따라 6마일 정도 올라가면 세도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도나는 1901년 10월 한 가족이 미주리에서 이주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 가족은 세도나를 알리고 싶어 연방 우정국에 편지를 보내 우체국 설립을 신청했다. 처음 우정국에서 승인한 이름은 신청한 이의 성이었던‘쉬네블리 우체국’(Schnebly Station)이었으나 이름이 너무 길어 다시 부인의 이름인‘세도나’(Sedona)로 신청하게 되었다.
2004년 현재 거주 인구는 1만900명이며 이 중 상당수가 할리웃 출신의 연예인이나 영화제작자 및 작가들이다. 관광객은 매년 500만명 이상이 몰려든다.
여행하기 전 세도나 공식 웹사이트(www.visitsedona.com)에 들어가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숙소를 예약한 다음에 떠나는 것이 좋다. 현지에 도착해서는 업타운 초입에 있는 세도나-오크 크릭 캐년 상공회의소(928-282-7722) 방문자센터를 찾아 안내책자를 구한다.



■그랜드 캐년은…

태고적 신비 그대로… 시시각각 모습 변해
돌로 만든 인디언풍 타워‘데저트 뷰’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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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년‘데저트 뷰’포인트를 찾은 관광객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추워 보인다. 1월에 그랜드 캐년을 찾으면 눈 덮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 첫날과 둘째날을 세도나에서 보냈다면 이번에는 그랜드 캐년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랜드 캐년은 말이 필요 없는 인류 전체의 자연유산. 폭 16마일에 길이는 300마일이 넘는 고구마처럼 양쪽으로 길게 펼쳐진 대협곡은 살아가면서 한번은 보아야 하는 관광지다.
오전에 세도나를 출발해 89번 A도로를 타고 오크 크릭 캐년을 지나면 대륙횡단 철도가 지나는 ‘플래그스태프’라는 오래된 도시가 나온다. 자동차가 보급되고 대륙을 잇는 도로가 건설되면서 교통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상실했지만 지금도 올드타운의 흔적이 남아있다.
플래그스태프 시내를 지나 180번에 들어서면 애리조나에서 가장 지대가 높다는 ‘샌프란시스코 피크’(1만2,633피트)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눈 덮인 샌프란시스코 피크는 애리조나 겨울 스포츠의 본거지로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을 지나면 침엽수들이 울창하게 솟아 있는 ‘카이밥 내셔널 포레스트’(Kaibab National Forest)를 볼 수 있다. 세코이나 내셔널 팍에서 볼 수 있는 침엽수들이 울창하다.
64번을 만나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랜드 캐년이다. 사우스 림 입구의 방문자 센터가 있는 곳은 그랜드 캐년의 대표적인 뷰포인트다. 여행사를 통해 그랜드 캐년을 방문하면 30분 정도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보고 그랜드 캐년을 봤다고 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발가락 하나 만지고 코끼리를 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방문자센터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자신이 현재 있는 곳의 위치며, 그랜드 캐년과 자이언 브라이스 캐년 등이 몰려 있는 ‘콜로라도 고원지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설명이 자세히 붙어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64번 E 데저트 뷰 로드를 선택한다. 이 길은 사우스 림을 뺑 둘러싸고 있는 도로인데 중간 중간에 환상적인 뷰가 눈앞에 펼쳐진다. 꼭 한 군데만 둘러봐야 한다면 돌로 만든 인디언 풍의 타워가 일품인 ‘데저트 뷰’(Desert View)를 추천한다.
데저트 뷰를 빠져나와 64번 E를 계속 타고 가면 저녁노을을 받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같은 비수기에는 한참을 가도 차가 한 대도 나타나지 않아 태곳적의 신비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글·사진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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