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뒤늦게 발견한 선물’

2007-01-26 (금)
크게 작게
나이 50이 넘어 시작한 일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키를 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스키를 타러 갈 형편이 되지 못했었다. 미국에는 처음에 디트로이트로 갔는데 거기 사는 아주머니가 “눈이 말도 못하게 많이 온데이” 하시더니 정말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눈이 왔다. 그러나 산이 없어서 스키를 타는 사람도 없었고 탈 생각도 못했다.
몇년후 남부로 이사를 오니 여기는 겨울이 너무 따뜻해 눈 구경하기가 힘든다. 한번은 교회 청년들을 인솔하고 이 근처에서는 그래도 눈이 좀 있다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산으로 간 적이 있었다. 눈이 충분치 않아 인공 눈을 기계로 뿜어내고 있었다.
일행 중 스키를 제법 탄 청년 데이빗이 초보자들에게 스키 강습을 했다. 위로 올라가기, 돌기, 서기 등을 한 5분간 가르쳐 준 것이 다였다. 눈보다 진흙이 더 많았어도 눈 덮인 산이 아름다웠다. 너무 많이 넘어져 바지가 진흙투성이가 되었어도 재미있었다.
스키에 전혀 두려운 마음이 없었던 것은 어렸을 때 스케이트를 많이 탄 덕분인 것 같았다. 또 눈이 오면 동네 아이들과 대나무 조각 끝을 불에 달궈 구부리고는 그것을 타고 언덕을 내려가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려면 신발 아래 대나무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그것에 비하면 스키는 신선 노름이었다. 우선 스키가 신발에 고정되어 그것을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밤새껏 교회 버스를 운전하고는 스키를 타는 것이 아니라 진흙탕에서 수영을 하고도 즐거운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고 스키 강습을 했던 데이빗이 “서부의 눈은 여기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스키 정말 즐기실 수 있어요”하고 말했다.
그래서 여러 해를 벼르다가 어느 크리스마스에 식구들을 다 몰고 솔트레이크로 원정을 갔다. 마침 며칠 전에 폭설이 내려 알타 스키장으로 가는 산길이 눈 덮인 전나무로 가득 차있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나는 아이들을 돌아보고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 오지 않으니 우리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왔다”고 말했다.
스키장에 도착하니 오는 길에서 보다 더 숨막히게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세상은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 세상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고 언제나 있었나?’ 나는 이런 세상이 있는 줄을 몰랐었다.
나는 그때 이렇게 다짐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은 하나님의 크신 축복이다. 공평하신 하나님은 이 축복을 우리 모두에게 주신 것인데 어쩐 일인지 나는 지금까지 이 축복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도 이 축복의 일부가 되리라!”
그 축복을 재확인하러 그 후에 매년 두세 번씩 로키 산맥으로 간다. 갈 때마다 그 아름다운 광경에 새로이 감격하고 감사히 하나님의 축복의 일부가 된다. 나는 원래 운동에 그리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닌데도 스키만은 빨리 늘어 지금은 쉬운 흑 다이아몬드를 탈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대여 스키로 그 이상은 위험할 것 같아 그 수준에서 머문다.
내가 뒤늦게 스키를 발견한 것은 마치 어느 분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큰 선물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일찍이 그것을 발견하고 즐기고 있었으나 나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것과 같았다. 그런 좋은 선물은 그것 외에도 분명히 더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뒷마당에도 내가 아직 발견치 못한 선물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그것들을 찾아야지. 그러나 일단은 이미 발견한 선물을 되찾으러 또 가야겠다. 지금 유타주에 눈이 많이 왔다니, “알타야 기다려라. 내가 곧 가련다.” (blog.daum.net/youngsworld)

김 영 원 (아마추어 신학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