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국의 아프리카인 역사, 생각보다 훨씬 길다

2007-01-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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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요크셔 지방 고유의 희귀한 성씨를 갖고 있는 백인 남성들에게서 아프리카인들에게만 나타나는 유전자 신호가 발견됨으로써 아프리카인들이 영국에서 살기 시작한 시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 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레스터대학의 마크 조블링 교수 등 연구진은 유럽 인간유전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들 남성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공동 조상을 갖고 있었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아프리카인 특유의 DNA 혈통은 그보다 수백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지방 고유의 희귀 성을 가진 남성 18명을 대상으로 남성 염색체 Y와 성씨 간 관계를 추적하던 중 7명에게서 아프리카인들만 갖고 있는 `하플로그룹 A1’ 염색체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염색체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전세계적으로 다른 25개 종족에게서도 나타나지만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염색체를 갖고 있는 영국인들은 모두가 외형상 백인들로 이들은 조상 가운데 흑인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남성의 유전 정보를 담은 Y염색체는 거의 변하지 않는 상태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DNA 염기서열에 약간씩의 변화가 축적되기 때문에 다른 남성 혈통들 간의 관계를 추적할 수 있게 되며 Y염색체는 같은 미토콘드리아DNA(mtDNA) 유전자 형을 가진 집단을 뜻하는 `하플로그룹’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지리적 기원을 알 수 있다.

스스로를 흑인, 또는 영국 흑인으로 부르는 약 100만명 가운데 대부분은 20세기 중반 이후 카리브 지역이나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사람이며 이전에 노예무역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건너 온 흑인들은 대부분 백인들과 결혼했다.

이밖에 고대 영국을 점령한 로마제국이 영국판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북부지역의 하드리아누스 성벽을 지키기 위해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비 병력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인에게서 아프리카인 조상의 염색체가 발견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다. 그는 `K2’로 불리는 북동부 아프리카, 또는 중동지역의 하플로그룹에 속하는 Y염색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블링 교수는 이 연구는 영국이 오래 전부터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모자이크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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