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미국교회 10대들의 신앙’

2007-01-19 (금)
크게 작게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소속 사회학자 두 명이 미국의 10대들과 신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설문에 답변한 청소년 중 250여명을 직접 만나 2차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가지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하여 ‘Soul Searching: The Religious and Spiritual Lives of American Teenagers’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10대들이 교회에는 나오고 있지만 그들이 가진 신앙의 현주소가 매우 충격적입니다. 이 연구 논문은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 미국의 청소년들이 가진 신앙이란 ‘도덕적 신앙관’이라고 말합니다. 청소년들은 신앙을 단순히 도덕적으로 사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전통적인 믿음, 즉 ‘인간은 죄를 지은 존재로 하나님의 은혜 없이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은 마음에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자기가 노력하면 천국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라고 말할 뿐 구체적이고 확실한 답변이 없습니다. 그리고 천국은 꼭 들어가야 하는 곳이 아니고 선택 사항으로 원한다면 갈 수 있는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 신앙은 자신의 만족감, 행복감, 안정감을 추구하는 데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관적인 행복, 문제 해결의 도움, 다른 사람과 원만히 지내도록 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서 신앙적인 대화에서 어휘 사용의 빈도수를 조사해 보았더니 250명 중 죄나 죄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47명에 불과했고, (하나님께) ‘순종’이라는 단어 사용자는 13명, ‘하나님의 나라’나 ‘은혜’라는 어휘를 쓰는 청소년은 불과 3, 4명이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신앙적인 대화에서 ‘나의 기분’ ‘혜택’ ‘행복’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112명에 달했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선구자들이나 그들의 부모들이 자신을 희생시켜서 진리를 수호하고 따랐다는 것은 이 청소년들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셋째,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신앙관은 이신론(理神論)과 자연신론(自然神論)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어떤 신을 믿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신은 우리에게 어떤 도덕률을 제시하지만, 개인의 문제에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만사를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만약 하나님이 자기들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고 부모처럼 잔소리를 한다면 신앙을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믿음이란 너무나 모호해서 거의 어떤 신앙 유형의 카테고리에 넣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연구 발표가 있자,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그 어린 것들이 무엇을 알겠으며 또 어떻게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만, 연구 교수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성병 문제나 TV에 자주 나오는 스타들, 그리고 명문대학의 입학 조건들은 정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이 가능한 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교회와 그리스도인 부모들이 자녀들의 신앙에 너무 무관심했거나, 아니면 그들의 교회출석만으로 신앙 문제는 잘돼 가고 있으리라는 무성의가 우리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형적이고 전혀 기독교가 아닌 신앙관을 가진 청소년을 양산해 낸 것이라고 탄식합니다.
이 연구 보고서를 보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 교회의 청소년들은 어떨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미국에서 사는 그리스도인 부모들에게 이런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송 순 태 (시조사 사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