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1-16 (화)
크게 작게
우리가 부는 호루라기

2007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로스앤젤레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4년 넘게 이 지면을 통해서 ‘호루라기’라는 이름으로 칼럼을 실어오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이상, 그리고 우리가 하는 운동을 알리고 때론 주위의 잘못된 현실을 보면서 호루라기를 불어왔다.
구약시대의 선지자들은 패역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여 하나님을 대신하여 경고의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들은 백성들이 자기들의 말을 듣고 회개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호루라기를 분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하나님이 선지자들에게 그렇게 하라니까 순종했을 뿐이다. LA기윤실이 지금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것도 이 선지자들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보다 윤리적이어서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의무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의 기독교 윤리학자 손봉호 교수는 우리의 이런 태도를 ‘선지자적 비관주의’라고 표현한다.
지금 미국에는 약 200만명의 한인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우리의 미국 이민 역사는 금년이 104년째이고 작년에는 미국 의회에서 소수 민족으로는 처음으로 ‘미주 한인의 날’을 제정 받는 영예도 얻었다.
그러나 이것은 숫자와 겉으로 나타난 우리의 모습이지, 우리 한인 사회는 지금 많은 부정적인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지 못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세상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는 미국에 와서 살면서도 시민으로서 의무를 등한히 해서 법과 질서와 공중도덕을 잘 안 지키고 정직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폐쇄된 집단으로 비친다. 우리 한인들의 위상과 신뢰도는 소수 민족 중 최하위권에 있다.
현재 미국에는 약 4,000개의 한인 교회가 있고 80%의 한인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장태환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65%가 개신교인이고 14%가 천주교인이다). 이런 교인과 교회 중심의 한인 커뮤니티가 이런 모양이 되었다면 여기에 대하여 우리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국에서 국민일보와 한국목사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교회가 성장을 멈춘 원인으로 ▲교인과 교회의 부도덕성(39.8%) ▲이웃사랑 실천 부족(22.1%) ▲교회 내분(20.4%)이 꼽혔다. 한국 교회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회개(46.9%)하고 ▲구제와 사회적 책임을 강화(13.8%)할 것이 선정됐다. 해외선교를 잘 해야 한다는 의견은 불과 1%도 안 되었다.
위 조사는 한국 교회와 닮은꼴인 한인 교회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국에 있는 한인 교인들은 1년에 약 2,000달러의 헌금을 한다. 이 액수는 미국교인 중 헌금을 제일 잘 한다는 침례교인의 760달러에 3배 가깝다.
대신 미국 교인들은 교회 헌금 외에 사회에 대한 기부금으로 약 800달러를 더 한다. 그러나 우리 한인 교인들은 교회 외 사회에 대한 기부금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한인 교인들이 교회에 하고 있는 이 막대한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LA기윤실이 건강교회 포럼을 통해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헌금의 대부분은 교회건축과 관리비, 행정비, 교역자 대우에 사용되고 있다. 여유가 있으면 우선 해외 선교비로 지출한다. 구제와 사회봉사비로는 고작 1% 정도 지출되고 있다.
지금 LA의 한 큰 교회는 몇 년째 교회 예산의 많은 부분을 장학금과 구제비와 사회봉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금년에는 이 교회가 전체 예산 1,000만달러의 10%를 지출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선교는 꼭 멀리 해외에 가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믿지 않는 한인들과 주위의 소수민족과 소외된 이웃을 돕고 그들을 전도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LA기윤실은 금년부터는 우리 한인 크리스천들이 모범적인 선한 행위와 건강한 교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칭찬하고 알리는 신나는 호루라기도 불어볼 생각이다.

유용석 (LA기독교윤리실천 운동 공동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