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상… 기도… 지친 영혼에‘단비’

2007-0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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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플라워‘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영성센터’
아기자기한 정원 등 피정하기 좋은 장소 제공
성극‘길’공연으로 한국 순교자의 신앙 전파도

LA 한인타운에서 24마일 정도 떨어진 벨플라워에‘한국순교복자수녀회 LA한국순교자 영성센터’라는 곳이 있다. 원장인 김안나 수녀를 비롯해 수녀 5명이 하느님 사랑하는 마음을 가다듬는 수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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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수녀회 LA한국순교자 영성센터의 수녀 5명은 목숨 바쳐 예수를 사랑했던 한국 순교자의 신앙 열정을 남가주 천주교인에게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진천규 기자>>


수녀원이라고 ‘금남의 집’은 아니다. 0.5에이커 넓이의 대지에 들어선 일반 가정집 2채에는 누구라도 와서 피정(세상을 피해서 하느님 가운데 고요한 곳에 머문다는 뜻)을 할 수 있다.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방이 두 개가 있고, 20∼40명 소그룹이 하루 피정을 다녀갈 시설도 돼 있다. 하루 피정 비용은 25달러이고, 하룻밤을 묵을 경우 형편에 맞게 봉헌하면 된다.
이 곳에서는 일주일에 4그룹이 한국교회사를 교재로 해서 기도모임을 갖고 있다. 천주교 교우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는 곳이고, 신앙 상담도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3그룹 30명이 기도모임을 1년 내내 영성센터에서 가졌다.
2003년 집만 있던 썰렁한 곳에 터를 잡은 이후 수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가꾼 뜰은 아기자기함 그 자체다. 교우들이 명상과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원이 잘 꾸며져 있다. 김안나 수녀는 “수녀는 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뜰도 잘 가꿀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영성센터는 2005년부터 한국 순교자의 영성을 성극으로 연출해 공연하면서부터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LA대교구 주교좌성당에서 한국 천주교 사상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길’을 공연해 주류 가톨릭 교인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성센터는 이름과 성극에서 드러나듯 한국 순교자의 뜨거운 열정을 강조한다. 기도모임 등에서도 믿음의 선조에게서 신앙 열정을 배우라고 가르치고 있다.
김안나 수녀는 “한국은 해외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파했던 세계 천주교 역사와 달리 특이하게 자생적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며 “순교자들이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과 영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보여줬던 것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성센터가 순교자 정신을 강조하기에 성극도 생명력이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극 공연은 한인 천주교회만 아니라 미국 교회에서도 초청을 받고 있다. 도포 입고 갓 쓴 채로 숨져갔던 조선 천주교 순교자들의 힘에 백인들도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김안나 수녀는 “미국과 유럽 교회들의 믿음이 약해지는 이 때에 한국 순교자들의 영성은 복음 쇄신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선교사를 쓰시지 않고 하느님께서 직접 조선에 복음을 전하셨던 것은 순교자의 믿음을 지금 전 세계에 알리시려는 깊은 뜻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성센터가 순교자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천주교의 독특한 교리도 한 몫 한다. 천주교는 산 자가 하느님 뿐만 아니라 죽은 자와도 기도를 통해 만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성센터는 이미 숨진 한국 순교자들이 남가주 천주교인에게 많은 가르침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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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 수녀가 영성센터에 가꿔진 뜰을 설명하고 있다>

주소 16262 California Ave., Bellflower. 문의 (562)461-8100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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