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단상 ‘황금복돼지 유감’

2007-0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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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정해년이 황금복돼지해라고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중국에서 60년만에 돌아온다고 하는 황금복돼지해가 한국에서는 600년만에 돌아오는 해라고 뻥튀기까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12간지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도 황금복돼지설은 상업적인 발상에서 연유되었다고 솔직히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황금복돼지해의 축복을 받기 위하여 출산을 강제로 연기하며 애를 쓰는 모습이나 황금복돼지해에 결혼을 하겠다고 너도나도 예식장에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며 제사상에 올라있는 웃는 돼지머리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난다.
한국에서는 돼지가 일상적인 삶에서는 그 이미지가 결코 좋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꿈이나 사주풀이에서는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통념상 돼지는 더럽고 못생기고 미련한 것과 동의어이어서 “돼지 같은 놈”이라는 말을 듣고 복 받았다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사상이나 고사상에는 돼지가 복을 주관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미 한국에서 복돼지는 그저 전해오는 속설로 듣는 민담정도가 아니라 그렇다고 믿는 민초들의 뿌리깊은 신앙이 된지 오래다. 발상지에서는 그저 하나의 학설이나 깊은 철학 정도로 시작됐던 것들이 그 지경을 넘어서면 종교로 변신해온 것이 일반적 종교철학적 현상이다. 불교나 유교가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모두 종교가 되었고 무속신앙인 샤머니즘조차 종교화되어 심지어는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어왔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우상을 통한 기복사상은 우리 한국인만의 뿌리 깊은 민속신앙이 아니라 전 인종에 걸친 범문화적인 현상으로서 인간이 죄인이라는 뿌리 깊은 죄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황금복돼지 사상은 성경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우상숭배 사상이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으러 기도할 시간에 아론과 백성들은 황금으로 송아지 모양을 비롯하여 각종 동물 모양을 만들었다. 하긴 돼지가 그들에게는 부정한 동물이었으니 황금돼지는 만들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상이라는 것이 언제나 성경이 금기하고 있는 것을 역으로 타부로 만드는 경향이 있으니 좀 더 연구해 보면 그런 기록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성탄절에는 버젓이 산타클로스가 예수님을 대신하여 주인공 노릇을 하더니만 이제 해를 넘기니 돼지가 복을 베푸는 신적 존재로 등장했다. 갑자기 모두 돼지가 된 느낌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기독교인들조차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우상숭배에 동참하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성경적으로 말하면 ‘황금’이나 ‘돼지’ 모두 거룩한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거룩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세상적 삶을 상징하는 것들이기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황금복돼지가 복을 주는 해가 아니라 화를 가져다주는 해가 되지 않도록 깨어야 할 것이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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