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07-01-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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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행복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축복의 통로가 되자

올해는 600년만의 황금돼지해라며, 올해 태어나는 아이는 축복이 떼 논 당상이랍니다. 출산 붐이 일어날 거랍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신년 덕담을 나누던 중, “내가 올 해 쉰살이지만 나도 늦둥이 하나 낳아서 걔 덕 좀 보려하는데 어떠냐?”하는 실없는 말에 “차라리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고치지 그래, 이 사람아?”하는 농담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하니, 사람들의 축복에 대한 갈망이 참으로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새해가 되기 전부터, 새해에 들어서서도 한동안은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아마 신년에 들은 인사만큼 복을 받는다면 아마 빌 게이츠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축복은 무엇일까?’ 생각하면 정의를 내리기가 매우 힘듭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가 가깝던 어느 날, 사무실에 누군가 찾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로비로 내려가니 단아한 모습의 한 어르신이 앉아 계셨습니다. 칠순이 넘은 서광운 집사님이었습니다.
서 집사님은 2004년 겨울부터 아프리카 두 아동의 후원자가 되신 분입니다. 한국전쟁 직후 국가 유공자 선정에서 누락되셨다가, 3년 전에 국가 유공자 자격 재심사에서 선정되어 소액의 연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마침 서 집사님이 다니시던 교회에서 ‘월드비전 주일 예배’가 있었습니다. 그 예배 때 보았던 화면 속 아이들이 당신의 어렸을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며 “이 연금은 나의 생명 값이지만 나야 이제 곧 가게 될 늙은이잖아. 내 생명 값으로 또 다른 어린 생명이 살아난다면, 가장 귀하게 쓰이는 것이 아니겠어요?”하며 서슴없이 후원을 신청하셨던 분입니다.
두 아이들의 6개월치 후원금 체크를 전한 서 집사님이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내가 지금은 사회보장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어서 다른 잡을 얻을 수 없는데, 얼마 전에 한국부인회를 통해 알아보니까, 치매 노인들 돌보는 일은 비영리 단체를 통해 봉사 차원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금액은 얼마 안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네. 그래서 일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되거든. 힘이 있을 때까지 일하고, 약간의 사례비도 받을 수 있고, 일석이조 아닌가. 근데 그 사례비가 딱 10명의 아동을 더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에요. 그러니 아동 10명만 소개해줘요”라며 수줍게 말했습니다.
순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자신도 노후 연금으로 생활하는 풍족하지 않은 형편인데도, 생명 값으로 받는 유공 연금을 아낌없이 나누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치매 노인을 씻기고 얻는 수입 전부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겠다고 말하는 그 분의 얼굴이 얼마나 밝게 빛나던 지.
그 순간 깊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축복은 자신이 축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조엘 오스틴 목사님은 저서 ‘긍정의 힘’에서 축복을 받기보다,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야말로 크리스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크리스천이든, 크리스천이 아니든 새해에는 축복을 받기보다는 축복의 통로로 새롭게 태어나는, 그래서 황금돼지해가 자신의 삶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해가 되도록 다짐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축복의 통로가 되십시오.”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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