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버스토리 ‘장엄한 고래쇼’

2007-01-05 (금)
크게 작게
솟구친 생명력

새해맞이 고래구경
가끔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바다를 누비면서 파도를 넘나드는 생명체를 만나면, 형용하기 어려운 신비로움에 빠지게 된다. 그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고래구경 크루즈. 대형 크루즈 선박이나 낚싯배를 타고 고래, 돌고래, 바다새, 바다표범, 바다사자 등을 관찰하는 일이다. 1월은 남가주 해안에서 고래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달 중 하나. 가을부터 북극해를 출발하여 따뜻한 바하 캘리포니아를 찾아가는 그레이 웨일(수염고래, Gray Whale, Pacific Gray Whale 등으로 불린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 그레이 웨일은 무리를 지어 해안 가까이 수영하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간혹 해변이나 피어에서도 어렴풋이 볼 수 있고, 배를 타고 20~30분만 나가면 하루 동안 최고 40~50마리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남가주는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그레이 웨일 이외에도 블루 웨일(긴흰수염고래), 험프백 웨일(혹등고래), 핀 웨일(긴수염고래), 밍크 웨일(밍크고래), 그리고 이따금 킬러 웨일(범고래)까지 찾아들고, 5~6종의 다른 돌고래, 바다표범,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그리고 다양한 조류를 사시사철 쉽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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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바다에 이따금 모습을 나타내는 험프백 웨일>


고래구경은 2시간부터 5시간까지 크루즈 회사마다 다른데, 보통 3시간을 넘으면 지루하기 때문에 적당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래구경이라고 해서 아콰리엄처럼 준비된 고래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때로는 1~2시간 어떤 생물도 만나지 못하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만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지나치게 장시간을 크루즈 하다 보면 지치고 흥미를 잃는 역효과도 예상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처음 고래구경을 나가는 사람에게는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가 적당하다.
가격은 성인 기준 1인당 20달러부터 65달러 이상까지. 배의 크기와 크루즈 시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일부 크루즈 회사에서는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예약 때 물어보고 현금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준비물은 모자, 선글라스, 선블럭 로션, 굽 없는 신발, 재킷 또는 스웨트셔츠, 카메라 등. 고래를 발견했을 때 기쁜 마음에 누구나 비디오카메라나 사진기에 그 모습을 담으려고 하지만, 쉴새없이 움직이는 생물을 찍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좋은 장면이 잡히지 않을 시에는 카메라와 오래 씨름하기보다 현장에서 고래 구경을 즐기는 편이 현명하다.
남가주 고래 구경 크루즈 중 특히 권할만한 곳은 카브리오 머린 아콰리엄과 오션 인스티튜트. 두 곳 모두 어린이 및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서 다른 어떤 크루즈 보다 내용이 알차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고래 구경을 즐길 수 있다.
오션 인스티튜트에서는 1월 중 14, 21, 27, 28일 오후 1시부터 3시30분까지 고래를 포함한 모든 해양 포유동물 관찰 크루즈를 실시하며, 카브리오 머린 아콰리엄에서는 1월부터 4월까지 특정 날짜에만 프로그램이 있다. www.cabrilloaq.org 참조.
아이들과 함께 고래 구경을 할 때는 출발 전 고래 관련 서적이나 비디오 등을 보면서 고래에 관해 알아두면 훨씬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레이 웨일 뿐 아니라 남가주 바다에서 자주 보이는 여러 종류의 돌고래, 바다표범, 바다사자 등의 사진이라도 미리 보고 가면 기대도 커지고, 실제 보았을 때 낯선 타인이 아닌 지인을 만나는 것처럼 편안하고 유쾌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기후 변화나 쌀쌀한 바닷바람을 대비해서 아이들의 겨울 파카를 챙기고, 완전히 열려있는 보트보다는 바람을 피할 곳이 있는 배를 선택하도록 한다. 간식과 음료수를 가져가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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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웨일이 보트 앞까지 다가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바하 캘리포니아의 고래 구경 크루즈>

북극 가는 1월이 적기… 3시간 넘지말아야

고래체험 이곳이 명소
지역별로 고래 구경을 할 수 있는 바닷가와 그곳의 웨일 워칭 크루즈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가격과 시간은 회사별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회사이름만 입력하면 쉽게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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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구경 크루즈에 쓰이는 선박은 10인 이하 정원의 작은 낚싯배부터 3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크루즈십까지 다양하다. 대너포인트에서 크루즈를 제공하는 대너월프 회사의 중간 크기 배>

로스앤젤레스
LA 바다에서는 이주하는 그레이 웨일 무리 이외에 포유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큰 블루 웨일, 등에 난 핀(fin) 때문에 상어로 오해받는 핀 웨일, 몸이 비교적 작아서 돌고래나 상어로 보이기 쉬운 밍크 웨일, 시월드의 ‘샤무’ 때문에 고래의 대명사처럼 널리 알려진 킬러 웨일, 그리고 그레이 웨일과 비슷한 크기 및 빛깔을 가진 험프백 웨일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돌고래가 유난히 많아서 고래 구경 크루즈 선박과 함께 돌고래 무리가 수영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커먼 돌핀, 보틀노우즈 돌핀, 리소스 돌핀, 와이트 사이디드 돌핀 등과 바다사자, 바다표범 등이 많다.
■샌피드로 하버: Cabrillo Marine Aquarium (310)548-7562, 22nd Street Landing 310-832-8304
■롱비치 하버: Harbor Breeze Cruises (562)432-4900
■레돈도비치 하버: Redondo Sport Fishing (310)372-2111
■마리나델레이 하버: Marina Del Rey Sport Fishing (800)822-3625
■카탈리나 아일랜드: Catalina Ocean Rafting (310)510-0211, (800)990-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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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두 차례에 걸쳐 남가주 바다를 지나 이주하는 그레이 웨일은 사냥꾼들에게는 무섭게 저항하지만, 공격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는 지극히 온순하고 친근하여 고래 구경 선박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렌지카운티
LA와 거의 비슷하게 그레이 웨일, 핀 웨일, 블루 웨일, 밍크 웨일, 험프백 웨일, 다종의 돌고래, 바다표범, 바다사자 등이 자주 나타난다.
■대너포인트: Dolphin Safari (949)488-2828, Dana Wharf Sport Fishing 949-496-5794 x7, Ocean Institute (949)496-2274
■뉴포트 하버: Fun Zone Boat Company (949)673-0240, Newport Landing (949)675-0550

샌디에고
그레이 웨일, 커먼 돌핀, 보틀노우즈 돌핀, 와이트 사이디드 돌핀, 바다표범, 바다사자 등을 보게 된다.
■샌디에고 하버: Hornblower Cruises (888)467-6256, San Diego Harbor Tours and Cruises 888-44-CRUISE, H & M Landing (619)222-1144
■미션 베이: Seaforth Landing (619)224-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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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섞인 푸른빛에 핀(fin)이 쉽게 눈에 띄는 블루 웨일. 고래 구경 크루즈에서 가끔 발견되는데, 아름다운 빛깔과 돌고래를 닮은 모습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편이다>

벤추라
이주하는 그레이 웨일 뿐 아니라 서식하는 고래 떼와 각종 해양 동물이 가득한 지역이다. 블루 웨일, 험프백 웨일, 밍크 웨일, 킬러 웨일, 하버 시일, 엘레펀트 시일 등 크고 작은 다종의 바다표범, 바다사자, 그리고 남가주 다른 지역보다 다양한 돌고래 무리를 볼 수 있다.
■벤추라 하버/채널 아일랜드 하버: Island Packers (805)642-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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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바다는 많은 돌고래의 거주지로서 커먼 돌핀, 보틀노우즈 돌핀, 리소스 돌핀, 와이트 사이디드 돌핀 등이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수염고래‘그레이 웨일’관련상식
북태평양에 2만1,000~2만6,000마리 서식

여름엔 베링해 및 북극해서 살아
가을엔 바하 캘리포니아로 남진

3,000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해온 것으로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그레이 웨일은 가장 오래된 포유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원래 세 군데 다른 지역에서 서식했지만, 유럽인들이 지나치게 사냥한 결과 17세기께 대서양에서는 멸종하였고, 이제는 북태평양에 약 2만1,000~2만6,000마리, 그리고 한국의 동해바다에 멸종 위기에 놓인 100-250마리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태평양 그레이 웨일은 여름 내 베링해와 북극해에 거주하다가 가을이 되면 따뜻한 바하 캘리포니아 바다를 향해 태평양을 거슬러 내려가 새끼를 낳고 겨울을 보낸 뒤, 다시 3~4월이면 북행하기 시작하여 6월에 다시 베링해와 북극해에 도착하는 놀라운 이주를 거듭한다. 여러 고래 종류 중에서 이주 기간 및 거리가 가장 길며, 절대 길을 잃지 않고 내륙에서 불과 수마일 떨어진 가까운 해안을 따라 움직인다.
평소에는 웨일 워칭 배와 나란히 수영하거나, 사람 손이 닿을 정도로 낚싯배 가까이 다가오는 온순함과 친근함으로 유명하지만, 과거 고래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심하게 끝까지 저항하는 성향 때문에 가장 잡기 어려운 고래로 알려졌다고 한다.
특징은 회색에 흰 점이 드문드문 나있고, 등에 큰 핀(fin) 대신 6개에서 많이는 12개까지 혹이 있다는 것.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크며, 길이는 최고 45~52피트, 몸무게는 35~40톤. 수명은 50~60년으로 추정된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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