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건의 시간’으로 근무 시작

2007-0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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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롬’전 직원 8년째 실시

“아침 첫 시간 하나님께”
성경읽고 묵상·찬양·기도
세계 선교·청소년 지원에
회사수익 10% 사용계획

새해가 밝으면 이런저런 결심을 하게 된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끊는다는 각오는 경건하게 살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된다.
짧더라도 매일 명상의 시간을 갖겠다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결심을 실천에 옮기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그렇게 보면 ‘황성주 생식’으로 유명한 이롬 직원들은 대단한 셈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8시30분이면 직원 10명이 다 모여 30분간 ‘이롬 공동체’라는 경건의 시간을 가지니 말이다. 그것도 이롬이 미국에 진출한 직후부터 8년째 쭉 이어왔으니 더 놀랍다.
지난해는 성경 통독으로 아침 시간 30분을 보냈다. 일일 성경 읽기 스케줄에 따라 매일 3∼4장을 15분 정도 다 함께 읽은 뒤 10분은 구절에서 받은 각자 느낌을 공유했다. 5분은 찬양한 뒤 공동체를 위한 기도로 마무리한다.
최창원 사장은“이롬의 독특한 기업 문화로 이롬 공동체를 만들어왔다”며 “아침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뜻에서 경건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직원들의 뜻에 따라‘생명의 말씀’을 이용해 QT(Quiet Time)를 갖기로 했다. 이 시간만큼은 서열이 없다. 매주 월요일에 일주일치 사회자, 기도자가 발표되고 그 사람이 그날 아침 시간을 이끌어 간다. 사회자는 찬양도 준비해야 한다.
이롬은‘세계 경영, 세계 선교’라는 기업 목표를 갖고 있다. 겉으로는 ‘인간을 이롭게, 세상을 이롭게’라는 슬로건을 쓰지만 내부 목표는 다른 셈이다. 회사 수익금도 하나님을 모르고 하나님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사랑을 실천하는 데 쓰고 있다. 이런 회사의 비전을 직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데 경건의 시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사람의 마음을 한 곳으로 묶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롬은 경건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연스럽게 한 방향, 같은 목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롬이 특정 종교 교인만 채용하지는 않는다. 이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뜻에 달려 있다. 하지만 입사하고 두, 세 달이 지나면 신입 사원도 자연스럽게 이롬이 추구하는 기업 정신과 철학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롬은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이익의 10%를 하나님께 돌려드리려고 노력한다. 미주 국제 사랑의 봉사단에 기부해서 제3세계 의료 선교와 불우한 해외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경건의 시간이 최 사장에게는 은근한 부담도 된다고 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편법을 택하고 싶은 유혹도 받는데 직원들과 함께 나눈 가르침이 떠오른다고.“옳은 길로 갈 수밖에 없도록 하는 장치”라며 최 사장은 웃는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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