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2006-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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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봉자’

교수 파시스트 허황된 삶과 몰락
오페라적 경지, 걸작 정치드라마

이탈리아의 명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70년산 걸작으로 강렬한 정치 드라마이자 심오한 성격탐구 영화다. 현혹적 촬영, 깊이 있는 내용 그리고 뛰어난 연기 및 화려한 의상과 세트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다. 베르톨루치는 파시즘이 성하던 193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사상적 혼돈과 부르좌들의 퇴폐적 생활상 그리고 동성애 문제 등을 주변에 순응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을 통해 철저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고찰했다. 거의 오페라적 경지에 이른 작품이다.
1935년 10월 파리. 파시스트 공작원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한 마르첼로(장-루이 트랑티냥)의 회상으로 진행된다. 둘은 파리로 망명 반파시즘 운동을 펴고 있는 마르첼로의 대학교수 콰드리를 암살하는 현장을 목격하기 위해 가는 중. 13세 때 동성애자 자가용 운전사의 유혹을 받던 중 그를 사살한 뒤로 계속 죄의식에 시달리는 마르첼로는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 철학교수가 된 마르첼로는 이 죄책감과 광인인 아버지와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라는 주위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맹목적으로 파시스트가 되려고 한다.
그는 지적으로 자기보다 수준이 낮은 줄리아(스테파니아 산드렐리)와 결혼하고 파시즘을 수용함으로써 ‘정상인’이 돼 구원을 받으려는 헛된 노력을 한다. 파시스트가 된 마르첼로에게 내려진 지령이 콰드리 살해. 그래서 마르첼로는 신혼여행과 콰드리 암살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파리에 온 것. 마르첼로는 아내와 함께 콰드리를 만나러 갔다가 스승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안나(도미니크 산다)를 보고 깊은 사랑을 느끼나 안나는 줄리아에게 호감을 갖는다.
종결부는 1943년 7월. 무솔리니가 실각하고 파시즘이 와해되면서 마르첼로가 그동안 쌓은 준봉자의 삶도 무너진다. 베르톨루치의 유연하면서도 엄격한 연출이 나무랄 데 없는 영화로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명암대조가 뚜렷한 조명과 우울하면서도 시적미를 발산하는 촬영이 눈부시다. 원작은 알베르토 모라비아가 1950년에 쓴 소설. DVD. Para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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