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데이 브런치 ‘먹는 느긋함’도 품격이 있다

2006-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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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폼나는 명소는…

주말 오전, 평소보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식사로 즐기는 브런치는, 그 말만 들어도 왠지 설명하기 어려운 여유로움과 멋이 느껴진다. 오븐에서 바로 꺼낸 크로아상과 버터 한 조각이 얹어진 팬케익에 커피나 오렌지주스를 곁들이는 조반 위주의 양식이어도 좋고, 따뜻한 국과 삼색전에 깔끔한 나물 몇 가지로 꾸며진 한식이어도 좋다. 메뉴가 무엇이든, 브런치라는 이름만으로도 음식 맛과 주말의 넉넉함,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모두 한꺼번에 천천히 음미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부산한 할러데이 시즌이 끝나갈 무렵, 일요일 하루쯤 브런치를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그동 안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방법. 온 가족이 정장을 차려 입고 외출하는 자체도 즐겁고, 거기에 친구나 지인을 한두 명 초대한다면 더욱 멋진 일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만나지 못해 서운했던 사람, 혹은 선물을 챙겨주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런 접대로 훨씬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장소들은 각각 음악과 와인, 그리고 바다가 함께 하는 선데이 브런치로, 새해 맞이 외식에는 더없이 적합한 곳들이다. 이번 주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색적인 브런치 식당을 찾아 몇 시간의 망중한을 누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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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샤또 스타일의 손튼 와이너리는 테메큘라 밸리에서도 손꼽히는 브런치를 자랑하는 곳. 메뉴의 모든 음식에 가장 어울리는 와인을 준비해 놓고 있어서 미식가들이 좋아할만 하다>


■브런치 크루즈
남가주 최고의 아름다움은 뭐니뭐니 해도 태평양이다. 그 화려한 바다 위에서 음미하는 브런치는 음식을 먹는다기보다는 바다와 그 물 위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수면을 흔드는 바람을 마시는 느낌이다.
브런치 크루즈를 할 수 있는 곳은 마리나 델 레이, 롱비치, 뉴포트비치, 대너포인트, 샌디에고 등인데, 모두 디너 크루즈와 독립기념일 및 뉴이어스 이브 불꽃놀이를 하는 지역이다.
대부분 출발 30분 전에 배에 올라야 하고, 순항시간은 약 1시간 반. 크루즈용 선박은 소형 150~300명, 대형 500~800명 정도까지 수용이 가능해서 웬만한 파도에는 흔들림이 없고, 브런치 부페를 서브하는 메인 캐빈은 큰 홀 한가운데 음식이 준비되고 창가 쪽으로 나란히 테이블이 놓인다. 디너 크루즈의 경우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댄스 플로어가 반드시 마련되는데, 브런치의 경우에는 배의 크기에 따라 밴드와 댄스를 생략하기도 한다.
메뉴는 일반 브런치 부페보다 종류가 간단하지만, 워플과 계란 요리부터 샐러드와 로스트비프, 그리고 다양한 디저트까지 기본은 갖춘 수준. 베이컨과 소시지 이외에 육류가 전혀 없는 조식으로만 구성된 경우에는 페이스트리가 다양하게 마련된다. 예약 시 메뉴를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가격은 성인 기준 1인당 ‘혼불로어’의 경우 47달러, ‘로스앤젤리스 선데이 샴페인 브런치 크루즈’의 경우 53~54달러 선부터 시작된다.
Hornblower Cruises and Events, www.hornblower.com, 888-467-6256
Los Angeles Sunday Champagne Brunch Cruise, www.viator.com에서 키워드나 도시를 입력한 뒤 브런치 크루즈를 찾아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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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온가족이 함께 하는 브런치는 한주동안 쌓인 피로를 씻어주고 여유로운 휴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와이너리 브런치
도시 내에서도 요즘은 와인 샵이나 와인 셀러 중심으로 식사를 서브하는 곳이 있지만, 와이너리에서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직접 골라 마시는 재미를 따를 수는 없다.
테메큘라 밸리는 LA 다운타운에서 동남쪽으로 80여 마일 거리의 와인 컨트리로서 수십개 와이너리와 호텔, 골프 코스 등을 갖춘 관광지다. 와이너리 내에 위치한 식당만 8개. 그곳에서 와인 테이스팅, 와이너리 투어, 결혼식 및 각종 행사가 개최된다.
그 중에서도 18년의 역사를 가진 손튼(Thornton) 와이너리는 데이브 코즈, 크리스 보티 등과 같은 유명 재즈 음악인들이 출연하는 디너 시리즈로 유명한 곳. 와이너리에서 드물게 브런치를 서브하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스타일 샤토 건물에서 테메큘라 밸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자리한 ‘카페 샴페인’은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는 프랑스식과 현대식 퓨전 요리로 유명한 식당. 분수대를 바라보는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수수한 유럽의 포도원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일부 화려한 와이너리 취향과 비교할 때 지극히 평범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음식 맛 때문에 오히려 더욱 정감이 간다.
브런치는 디너 메뉴와 달리 오믈렛, 에그 베네딕트, 샌드위치, 햄버거, 샐러드 등 해물이나 파스타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메뉴를 갖추었는데, 모든 음식에 적절한 와인이 함께 따라온다.
식사 후에는 폭포와 버드나무가 있는 정원을 거닐면서 허브 가든, 포도원 등을 둘러볼 수 있으며, 오후 늦게 출발할 경우에는 샴페인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결혼식 및 연회가 많이 열리기 때문에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Thornton Winery, 32575 Rancho California Rd., Temecula, CA 92589, (951)699-0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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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브런치 중에서도 부페는 왠지 모를 풍성함을 느끼게 해준다>

와이너리 브런치에 무언가 좀 더 특별한 이벤트를 더하고 싶다면, 하루 전날 도착하여 새벽에 출발하는 핫 에어 벌룬을 시도할 수 있다. 60~75분가량 상공을 날게 되는데, 간단한 피크닉을 포함하여 총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와인 컨트리의 아름다운 포도원 위로 해 뜨는 광경을 볼 수 있어, 누구나 오래 기억하는 인상적인 경험으로 여긴다고 한다. 벌룬 타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뒤, 출발 전 마무리로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훌륭한 일정이 될 것.
핫 에어 벌룬 라이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www.temeculawine.org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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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니 이탈리안 그릴의 재즈 브런치에 출연한 데이브 코즈와 베뉴. 매주 일요일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라이브로 방송되는 스파게티니의 재즈 브런치는 음식뿐 아니라 수준 높은 재즈 음악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재즈 브런치
바닷가 식당이나 호텔 브런치에서 현악 사중주, 피아노, 하프 등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종종 있다. 그러나 요즘 한창 유행하는 재즈 공연을 곁들인 브런치는 때로 열정적이고, 때로는 감미로운 음율 때문에 더욱 매혹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라디오 프로그램 협찬으로 일요일마다 재즈 브런치를 방송하면서 유명해진‘스파게티니 이탈리안그릴’은 북부 이탈리아 음식전문점. 남부 프랑스와 북부 이탈리아스타일에 캘리포니아 향이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선데이 브런치 메뉴 역시 슈림프 오믈렛, 크랩 베네딕트 등 해산물과 화이트 소스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육류도 램 찹, 치킨 마살라 등에 와인 소스를 사용한다.
와인과 샴페인 리스트 다음으로 가장 화려한 구색을 갖춘 디저트는 다종의 케이크, 파이, 타르트, 베리와 초컬릿 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가격은 성인 49.95달러, 어린이 15.95달러.
재즈 공연의 1월 스케줄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나, 라이브로 라디오 방송이 나가는 만큼 수준 높은 기타리스트, 색서포니스트, 보컬리스트 등이 출연한다. 크리스 보티, 댄 시글, 판초 산체스, 제프 골러브, 데이브 코즈 등이 대표적인 예.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스무드 재즈를 주로 선보이지만, 간혹 블루스, R&B, 록 등을 가미한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 편이다.
Spaghettini Italian Grill and Jazz Bar, 3005 Old Ranch Parkway, Seal Beach, CA 90740, 562-596-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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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해안을 1시간 반가량 순항하면서 샴페인 부페를 서브하는 크루즈 브런치는 바다 위에서 식사하는 색다른 맛이 있다. 마리나 델레이와 뉴포트 비치에서 출발하는 혼불로어의 크루즈십>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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