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국적 교인 선교사로 키운다

2006-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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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교회 박용권 목사
한의원으로 번 돈 해외선교사 양성 위해
중국인·흑인 등 모든 신학생 학비 지원
“자기 민족 구원”교인 10% 파송이 목표

하루에 영어 한 마디도 안 쓰고 살려고 작정해도 살 수 있는 곳이 LA다. 한인끼리만 어울리다 보면 미국이 다민족 사회라는 말도 다 남의 얘기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광명(Bright Mission)교회의 박용권 목사는 ‘미국다운’ 목회를 하고 있다. 50여 교인 중 한인 열 명을 빼면 나머지는 중국, 일본, 베트남, 유대인, 히스패닉, 흑인 등 다국적 교인이다.
그렇다고 박 목사가 영어가 능숙한 1.5세나 2세도 아니다. 목사가 된 것도 이제 1년 남짓. 한의사로 21년을 일했으니, 영어 설교가 혀에 착착 붙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박 목사는 꿈 때문에 광명교회를 이끌고 있다. 1978년 미국에 온 뒤 줄곧 선교사로 나갈 꿈을 갖고 살았다. 5년 전 하베스트 바이블 유니버시티에 입학해 지난해 6월 목사 안수를 받은 것도 꿈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선교사로 나갈 수가 없었다. 지난해 10월 UC어바인 학생 3명이 상해한의원에 진료를 받으러 온 게 사라질 것만 같던 꿈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시켰다. 치료받던 학생들은 박 목사에게 신학 질문을 계속 쏟아냈다. 질문답변은 한의원 밖으로 이어졌고, 결국 광명교회가 개척됐다.
박 목사는 광명교회를 해외 선교사 양성소로 키우고 싶어한다. 지금은 교인 11명이 신학교에 입학해 해외 선교사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나라 출신으로 자기 나라로 파송될 예정이다. 이 교회는 신학생들의 학비를 다 지원하고 있다. 박 목사는 “교인의 10%를 선교사로 파송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개척교회라 형편이 좋지 못하지만 지금도 해외 27군데 교회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해외 선교의 일환이다. 타슈켄트, 중국, 우크라이나, 인도, 네팔 등 지원국도 넓게 퍼져있다.
박 목사가 한의원을 운영하며 사례비 없이 교회를 이끌고 있다. 전도사 둘 중 한 명도 무보수로 헌신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이 선교비로 나가고 있다.
재정 면에서는 궁핍해도 교회는 재미있다고 한다. 나이에 민감한 한인과 달라 친교에는 연령 구분이 없다고. 어떤 교인은 박 목사를 ‘대디’라고도 부른다. 사랑이 넘치는 교회라고 박 목사는 칭찬이 자자하다.
“모든 인종이 하나되고 화합하는 교회를 꿈꿉니다. 교회 안에서라도 인종 갈등이 없어야지요. 자기 민족을 자기가 구원하는 세계 선교를 목표로 교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박 목사는 자비량이다. 환자를 보다가도 심방 요청이 있으면 교인에게로 달려간다. 한의원이 옛날부터 다인종이 찾는 곳이라 환자에서 교인으로 탈바꿈한 사람도 꽤 된다.
광명교회의 금요 예배는 주로 해외 선교사를 초청한다. 선교사의 삶을 알리기 위해서다. 박 목사는 “영어로 세계 선교하기를 꿈꾸는 젊은이가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문의 (213)258-8717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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