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6 되돌아 본 교계의 한 해

2006-12-29 (금)
크게 작게
복수 추기경‘은혜’… 교회분쟁‘시련’도

2006년 종교계도 다사다난했다. 기쁜 일도 있었고, 종교계의 큰 어른이 소천한 아픔도 겪었다. 한 해를 정리해본다.

■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선출
신도수 75만명으로 세계 최대 단일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에 이영훈(52) 나성순복음교회 목사가 11월12일 선출됐다. 이 목사는 수습 기간이 끝나는 2년 뒤 창립자로 반세기 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끈 조용기(70) 목사에게서 담임목사직을 물려받는다.
많은 대형교회가 담임목사직을 가족에게 세습하거나 일방적으로 임명해 왔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민주적인 비밀투표를 통해 차기 담임목사를 선출해 향후 대형교회의 차기 담임목사 선출 과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도 복수 추기경 시대
2006년에는 한국 천주교 사상 두 번째 추기경이 탄생하는 경사가 있었다. 로마 교황청이 2월2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75)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이다.
한국 천주교는 1969년 김수환(84) 추기경의 서품에 이어 37년만에 복수 추기경을 두게 됐다. 정 추기경 서임 소식에 전국의 천주교구와 가톨릭 신자들은 ‘국가적 경사’라며 기뻐했다.
한국이 복수의 추기경을 두게 됐다는 것은 세계 교회에서 한국 천주교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추기경은 교황을 직접 보필하면서 전 세계 12억 카톨릭 신자들을 직접 통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 추기경은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이어서 현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퇴할 경우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교황으로 선출되는 자격도 갖는다.

■ 동양선교교회 강준민 담임목사 사퇴 파동
한인타운 소재 최대 교회인 동양선교교회가 강준민 담임목사의 사의 표명으로 분란을 겪었다. 헌법 개정 논의를 결의한 10월 당회가 열린 직후 강 목사는 사임할 뜻을 주일 설교에서 밝혔다.
교인들의 소집 요청 끝에 임시 공동총회가 열렸고 강 목사는 90% 가까운 지지율로 교회 개혁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임시 공동총회장에서는 10월 당회에서 헌법 개정을 찬성했던 장로와 안수집사들이 발언권을 요구하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 목사는 독자적인 헌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당회 대신 운영위원회와 사역위원회를 설치하는 헌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 종교계 큰 어른, 잇따라 소천
개신교 원로인 여해(如海) 강원용(姜元龍) 경동교회 명예목사가 8월17일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강 목사는 진보교단인 기독교장로회 출신으로 평생 한국교회 발전과 사회 민주화에 헌신했던 인물. 40여년간 경동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했고, 종교간 대화와 토론을 위해 1963년 ‘크리스찬 아카데미’(대화문화아카데미 전신)를 세웠다.
LA에서는 관음사 도안 주지와 충현선교교회 정상우 원로목사가 저 세상으로 떠났다.
미국에 한국 불교를 개척한 도안 스님은 8월28일 세수 70세로 열반에 들었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아름다운 관계를 보여줬던 정 목사는 9월20일 장 수술을 받던 중 향년 74세로 타계했다.

■ 릭 워런 목사 방한 부흥 집회
전 세계에게 2,300만부가 판매된 ‘목적이 이끄는 삶’을 지은 새들백 교회 릭 워런(52) 목사의 7월 방한 집회는 한국 개신교회에 새로운 부흥의 파도를 불러일으켰다. 7월13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신도 10만여명이 모여 한국교회에 부흥의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릭 워런 목사는 방한기간에 남북간 긴장국면이 조성돼 원했던 방북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김호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