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6-1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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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경쟁은 또 하나의 각성을 맛보리라!

방금 매서추세츠 북동쪽 해변에 자리 잡은 뉴베리포트를 다녀왔다. 그곳에는 영국의 부흥사였던 조지 화이트필드 목사님이 30년간 동역 목회를 했던 올드 사우스 제일장로교회가 있다. 담임목사님의 안내를 받아 화이트필드 목사님의 흔적과 사역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시신은 교회 강단 바로 아래에 다른 두 목사님들과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지금도 매 주일마다 설교하는 목회자는 세 전임 목회자의 시신 위에 서서 설교하는 셈이다.
아마도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우리 같으면 가끔 이상한 생각을 떠올리겠고 죽은 자를 밟고 서 있는 기분으로 전율을 느낄 것 같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필자도 화이트필드 목사님의 시신 위에 올라서 보았다. 어쩐지 죄송한 마음이….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어떤 이유로 화이트필드 목사님은 자신을 교회 강단 바로 아래에 묻도록 부탁했을까? 매 주일마다 자신을 밟고 설교하는 목회자들을 향해서 죽음을 각오하며 말씀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주려는 마음에서일까! 아니면 수많은 성도들이 주일마다 죽음을 생각하며 주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도록 하려는 마음에서일까! 이유를 알길 없지만 그만이 간직한 중요한 이유가 더 있었으리라.
화이트필드 목사님의 생애는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모습이었다. 자신의 것을 지독하게도 아껴서 고아들과 함께 나누며 집회할 때마다 모금해서 고아원을 세우고 그들을 도왔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은 죽는 날까지 꺼지지 않았다. 그는 입버릇처럼 “나는 설교하다 죽기를 원하노라”라고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몰려오는 군중들을 향해 설교했다. 죽음이 다가오는 문턱에서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말씀을 외쳤다. 들었던 초가 타버린 후 불이 꺼질 때까지 말씀을 전했다. 조용히 휴식하려 들어간 그는 네 시간 후에 하나님의 품안에서 또 다른 안식을 시작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정확하게 55년 9개월 14일 살았다. 30년 남짓한 목회와 대중 집회를 통해서 1만8,000번 이상의 설교를 소화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사명을 완벽하게 감당하다 생을 마감했다. 영혼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는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했었다. 독립 문턱에 있었던 당시 미국의 형편은 상당히 어두웠다. 무자비하게 식민지를 다스리는 영국 본토 정책에 백성들은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있었다. 화이트필드 목사님의 불을 토하는 것 같은 메시지는 백성들로 하여금 영혼의 빈 공간을 채우는 회심의 힘이 있었다. 그의 메시지는 대각성 운동을 위한 불붙은 지팡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심장을 때릴만한 그의 설교 제목에서 “화이트필드의 이름을 죽게 하라. 그로 인하여 그리스도께서 살아 역사하시게 하라!”고 외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를 살리려고 예수께서 고난당하시고 죽으셨다고 설교했으며 또한 내가 살기 위해 예수님을 괴롭힌 목회자가 아니었던가!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국가나 기업들에게 허용되는 경쟁의 공식에서 교회만은 자유로울 수 없을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한인 대형교회들의 교인찬탈(?)을 위한 각종 대형집회들을 보면서 슬픈 마음이 든다. 집회를 주장하는 그들에게도 수십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그러나 귀한 성도들의 헌금으로 길게 생각해 보면 정말 하지 않아도 될 대형집회들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무리하게 강행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집회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유익이 있었던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손경호 목사 (보스톤 성령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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