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존 뮤어 트레일 222마일 <5. 끝>

2006-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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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마지막날, 모기떼 공격에 혼쭐

방충망 쓰고 스프레이 뿌려도 막무가내
9일만에 맛본 신선한 음식, 다시 현실로

8월11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고도가 높아서인지 개울가에 얼음이 얼어있다. 이번 산행중 +15도의 Sleeping Bag을 준비했는데 땀이 날 정도로 따스했다. 오늘은 대부분 하산 길인데 공식 JMT는 오늘 끝나고 설암 회원들을 만나는 파이우트 패스(Piute Pass)를 향해 가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약 2마일을 내려오자 많은 산행인들이 JMT를 반으로 나눠 시작하는 Florence Lake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12시 즈음해서 Florence Lake 근처의 Muir Ranch에서 야외 온천을 하고 온다는 젊은 백인 커플을 만났다. 뉴저지에서 왔는데 PCT를 4주 동안 약 100마일 하고 있단다. 대단히 느린 속도인데 이곳저곳 흥미로운 곳을 답사해보고 많은 것을 배웠단다. 그저 여유롭고 풍요로워 보여서 우리의 부러움을 많이 산 젊은이들이었다.
드디어 Piute Pass로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하니 큰 지류가 흘러간다. 갈림길이어서인지 많은 산악인들이 지나가면서 쉬기도 하고 씻기도 한다. 우리도 점심을 하려고 앉았는데 생식은 먹을 맛이 나지 않아 파워 바를 꺼내 먹었다.
Piute Canyon을 따라 가는 길이 매우 거칠다. 급경사에 돌부리가 가득하다. 약 5마일을 오는데 무척 힘이 든다. 정말 쉽게 지나가는 날이 하루도 없다. Hutchinson Meadow근처에 김영환 씨가 보아둔 캠프 자리가 있단다. 넓은 꽃밭이 있어 사진 한장 찍을까 했는데 벌떼 같은 모기떼들이 달려든다. 내가 입은 옷은 방충약으로 처리된 것인데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으나 이곳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몇 곳을 물린 후, 방충망을 쓰고 스프레이를 뿌리며 난리를 부렸지만 때는 늦었다.
Piute Pass를 따라 Bishop의 North Lake까지는 18마일거리에 하루 반 여정이다. 약 6마일 지점에서 김영환씨가 봐뒀다는 곳에 캠프를 쳤다. 모깃불을 피우고 냇가에 가서 물을 길어오고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은 마지막 남은 쌀(Long grain rice)과 인스탄트 된장수프들을 넣고 국을 끓여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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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중 쉬는 틈이 있으면 밤새 축축해진 침낭을 꺼내 말린다. 임헌성씨가 그 사이 잠깐 눈을 붙이고 있다>


8월12일 (토요일)
오늘은 일정의 마지막 날, 정오 즈음에 Piute Pass에서 나머지 설암 식구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즐거운 미소가 저절로 난다. 오는 중간에 높은 바위산들이 펼쳐진 경관이 멋있어 사진도 찍으면서 가는데 어저께 오후에 본적이 있는 백인 부녀와 같이 가게 되었다. 자신을 마리포사 고등학교 수학 선생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도 빅터빌에서 15년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한다. 마리포사는 인구 1만8,000의 조그마한 카운티로 요세미티를 포함해서 고등학교가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주민들이 매우 보수적이어서 개발을 원치 않아 장보러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멋진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어 너무 좋다고 한다. 은퇴 후 어디에 정착할까 고민을 하던 임헌성씨가 귀가 솔깃한 모양이다. 한참동안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같이 걸어간다.
이윽고 김영환씨가 준비한 워키토키에서 반응이 왔다. 12마일 성능인데 그동안은 통화가 되질 않았다. Piute Pass로 거의 올라서는데 이한영, 마창진 회원이 반갑게 달려와 맞아준다. Pass에서 사진을 입맛대로 여러 장 찍고 나머지 여성회원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내려가니 한후은, 차사라, 문혜나 회원이 맛있는 샌드위치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신선한 야채음식이냐. 인스턴트 산행식량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주차장까지 5마일을 내려온 후 자동차에 오르니 이제는 옛 문명으로 다시 돌아온 것인가?
모두들 우희준 회원이 BBQ 준비를 하고 있는 Isabella의 별장으로 향했다. 저녁 9시가 넘어 도착하니 우희준씨와 김명옥, 김병용, 김해나 회원이 우리를 반겨준다. 마당에 설치한 그릴에서 구워낸 치킨과, 갈비, 그리고 김치를 맛보니 살 것 같았다.
모두들 JMT 소감을 말하고 설암 산악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좋은 산행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과 의견을 나누면서 Isabella의 밤하늘을 수놓은 뭇별들과의 잔치는 무르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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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우트 패스에서 반갑게 만난 설암산악회원들. 왼쪽부터 마창진, 이한영, 김인호, 조래복, 김영환, 임헌성씨>

■JMT를 다녀온 소감
매일 아침 저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보여 주신다면 1년이라도 이 길을 걷겠습니다. 하지만 JMT 때문에 눈이 높아져 남가주의 아름다운 산야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힘들었지만 보람된 9일이었습니다.

김 인 호 <설암 산악회 총무>
www.suramalp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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