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직장 예배 ‘5개 한인은행원,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6년째 개최’

2006-1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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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예배 ‘5개 한인은행원,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6년째 개최’

5개 한인은행 직원들이 은행 연합예배를 갖기 전에 찬양하고 있다.

“회사생활 중 받은 상처 보듬고 상처 준 것 회개”

“어이구, 내가 저 사람만 없어도 이 회사 다닐 맛이 팍팍 날텐데.”
“내가 정말 이렇게 하찮은 일 하려고 이 회사 들어왔나.”
직장인이 자주 늘어놓는 푸념이다. 남에게 악한 말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어려서부터 배웠어도, 막상 실생활에서는 나쁜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이런 불완전한 직장인들이 주중에 함께 모여 회사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상처 준 마음을 회개하고 있다. 5개 한인은행(나라, 미래, 윌셔, 중앙, 한미·이상 가나다순)에 다니는 직장인이 수요일 낮 12시30분 로스앤젤스 한인침례교회에서 갖는 직장 예배다. 매주 평균 35명이 예배에 참가하고 있다.
예배는 찬양으로 시작된다. 예배 참석자 중에서 스스로 찬양 인도자와 피아노 연주자가 나온다. 보통 3∼4곡을 부르면 성현경(파사데나장로교회), 도육환(윌셔온누리교회) 목사의 설교가 이어진다.
기자가 찾았던 날에는 성 목사가 설교했다. 성 목사는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는 로마서 10장17절을 중심으로 “새로운 언어로 삶을 규정하라”는 말을 전했다.
성 목사는 “서운한 말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부정적인 말이 인간을 망가뜨린다. 직장에서, 또 업무 평가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언어를 바꾸면 극복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설교했다.
주기도문 암송을 끝으로 예배가 마무리되자 은행원은 간단한 악수와 목례로 친교를 대신하고 각자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짧은 점심시간에 예배를 보는 탓에 점심을 못 먹는 은행원도 있지만, 충분한 ‘마음의 양식’을 섭취한 덕택인지 표정은 다들 밝다.
6년째 이 예배를 계속 찾고 있는 테미 리 한미은행 차장은 “교회 내 예배와는 달리 직장인 예배는 삶의 문제와 도전을 좀더 가까이 다루기 때문에 위로와 격려가 많이 된다”며 “직장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기 때문에 돈을 위해 직장을 다닌다는 직장관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은행 예배는 지금은 한미에 통합된 PUB(외환은행)에서 시작됐다. 유진소 목사가 처음 담당하다 성현경 목사가 5년 넘게 이끌고 있다. 최근에 연합 예배에 합류한 중앙은행 직원들을 인도하던 도육환 목사가 성 목사와 번갈아 설교하고 있다.
성 목사는 “은행 예배를 드리는 동안 PUB 합병, 이라크 전쟁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 사회와 연결된 말씀을 많이 전달하게 된다”며 “자연스러운 전도가 되는 것 같아 목회자로서도 좋다”고 말한다.
직장 예배는 은행원들의 월요병도 낫게 해준다고 참석자들은 전한다. 예배로 모인 직원들이 따로 명상 시간으로 모여 서로를 보듬어주니, 직장 가기 싫어 앓게 되는 월요병이 없어진다고 한다.
성 목사는“직장은 신앙인의 자존감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많이 강조한다”며“직장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을 전하려고 하며, 직장 전도는 목회에서 새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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