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일기 지금은 ‘파밍’할 때

2006-1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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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열살 또래들이 모여 경기를 하는 축구리그에 가입했다. 올해는 팀 구성이 잘 되어서 챔피언십 게임도 최근 가졌다. 명목상 ‘시장배’라는 타이트를 걸어 월드컵만큼 열기가 뜨겁다. 아들 팀은 전반에 두골을 넣고 2대0으로 리드했다. 방어에 집중하여 골을 내주지 않으면 이길 수 있었으나, 하프타임 휴식에 코치는 지금 스코어가 0대0이라고 생각하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독려했다. 하지만 상대편에게 그만 한 골을 먹게 됐다. 어쨌든 다시 분발해 한골을 얻고 결국 3대1로 승리했다. 어느 게임에서든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공략하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경기였다.
요즘 주택시장의 거래가 많이 줄어들어 주택 전문 에이전트들은 예전보다 한가해졌다고 한다. 한 에이전트는 딜이 없어 아예 출근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업용 부동산은 현재까지는 활기를 띠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매물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 부동산을 포함한 어느 비즈니스든 바쁜 때가 있고 한가할 때가 있다. 여러 딜이 한꺼번에 끝나면 다운 타임이 올 수 있다. 딜이 많아서 바쁠 때면 열심히 일하다가도 딜이 줄고 한가해지면 축 늘어지게 마련이다. 한가할수록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법. 일의 승부는 한가할 때 나기 때문이다. 누가 많이 준비하고 공략을 하는가에 승패가 결정된다. 한가할 때 에이전트가 할 일은 바로 ‘파밍’(farming)이다. 농사짓는다는 뜻의 파밍은 부동산에 있어서는 리스팅을 받는데 준비되는 과정을 말한다.
부동산의 성패는 리스팅을 얼마나 받느냐에 달려 있다. ‘You list, you last.’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 롱런하려면 리스팅을 받으라는 뜻이다. 리스팅 파밍은 농사의 과정과 같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회사로 부터 한인타운에서 일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렌지카운티에서 다운타운 오피스로 옮긴 후에 한인타운 파밍을 시작했다.
한인타운 특히 올림픽가의 모든 건물의 건물 명세서를 타이틀 회사에 받아서 파일로 만들고, 과거에 매매된 가격을 조사하고, 그 건물의 테넌트와 렌트를 수집하고, 올림픽가를 피게로아에서 크렌셔까지 걸어 다니면서 모든 건물의 사진을 찍었다. 그 후에 서류로 되어 있는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건물주의 주소를 정리했다. 올림픽가 건물 사진만 봐도 그 건물의 위치와 정보가 생각나도록 암기했다. 이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 마무리 짓지 않았던 오렌지카운티의 딜과 공업용 건물 매매 딜을 같이 하며 파밍을 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파밍에만 총력을 기울였다면 시간이 반으로 단축되었을 것이다.
많은 딜을 하고 있는 중에는 그 딜이 성사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파밍을 할 시간이 없다. 비교적 마켓이 한가해진 이때가 바로 파밍을 할 중요한 시기가 된다. 시장이 냉각되어 할 일이 없다고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이럴 때 준비를 해두어야지 부동산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과거 한국 복덕방에서는 노인들이 신문을 보고, 장기, 바둑으로 시간을 소일하였다. 아직도 부동산 회사를 복덕방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다. 현대의 부동산 회사는 한 순간도 쉴 틈이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끝없이 공략하여야 한다. (213)534-3243 hchung@charlesdunn.com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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