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목자 칼럼 ‘이상한 전쟁과 성서 이야기’

2006-1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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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이 미국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전쟁이 돼가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성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원전 586년 유대의 마지막 왕이 바빌론(지금의 이라크)과 전쟁에서 패했다. 왕의 자식들은 죽었고, 왕 자신도 두 눈이 뽑혔고 쇠사슬에 묶여 끌려갔고, 예루살렘은 멸망했다.
그런데 이 전쟁을 구약 성서에서는 “야훼 하나님께서 바빌론을 끌어들여 전쟁으로 망하게 하였다”(대하 36:17)고 적으며 이상한 전쟁을 이야기한다. 조금 더 설명하면, 이스라엘이 선택된 백성이지만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아 이교도들을 끌어들여 성전을 불지르고 죽이고 남은 자는 포로로 데려갔다는 거다. 그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래 이라크는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로 인류 역사에서 아시리아 제국, 바빌론 제국, 페르시아 제국이 흥망성쇠 하던 곳이다. 그리고 이라크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에 살았던 바빌론의 후예라 할 수 있다. 성서적으로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고향이며 에덴 동산이 있었던 곳이라서 그런지, 이라크에서는 전쟁 소식이 이상하게 들린다. 혹시 이슬람교의 코란에 미국을 끌어들여 이라크를 멸망시키고 있다는 예언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얼마 전에 이란 대통령이 유엔에 와서 “오늘의 세계는 두 개의 문화, 즉 이론(종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4세기의 비잔틴 황제의 말인 “무하마드는 칼로써 자신의 신념을 전파하는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만 세상에 가져왔다”를 인용했다가 이슬람교인들의 강한 반발을 받았다. 결국 교황은 “이슬람교는 같은 하느님을 믿으며, 사회 정의와 도덕적 가치, 평화와 자유를 증진시켜 나가는데 그리스도교와 함께 종사하고 있다”고 수정해 사태가 조용해졌다.
분명 구약 성서에서도 “살인하지 말지니라”(신 5:17)고 가르쳐, 무차별 대량 살상이라 할 수 있는 전쟁을 큰 범죄로 금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복음이라 할 수 있는 예수님도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마태 26:52)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상한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시오니즘과 십자군’을 들먹이면, 분명 다른 종교에서는 ‘코란이냐 그렇지 않으면 칼이냐’하고 맞설 것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는 이상한 전쟁이 계속될 것이다.
NBC TV의 앵커는 예루살렘을 방문해 이슬람 사원과 유대교의 통곡의 장벽, 자그마한 그리스도 교회를 보여줬다. 여기서 각기 신비한 신앙(mystery faith)으로 이상한 전쟁을 일으킬 것 같다고 보도했다.

김 경 덕 신부
<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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