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일기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2006-1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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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신이 테넌트로 들어있는 건물을 구입하고 싶은 분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 건물의 적절한 매매가격을 알고 싶다고 했다. 건물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근래에 매매된 비슷한 건물들의 매매 가격들과 비교하여 적정가를 산정하는 매매가 비교방식. 둘째는 그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을 토대로 가격을 산정하는 수익방식. 마지막으로 그 건물을 부수고 새로 건축을 한다는 가정 하에 그 비용을 기준으로 건물의 가치를 계산하는 재건비용 방식이 있다. 건물이 위치한 장소와 건물의 종류에 따라서 사용되는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투자가들이 찾는 여러 테넌트가 있는 샤핑센터는 수익방식을 많이 쓰고, 주인이 직접 쓰는 창고 등은 매매가 비교 방식이나 재건 비용 방식을 쓴다. 대부분의 경우 세 가지 방식을 다 써서 가격 산정을 조정한다. 적정한 가격을 산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비교하여 적정가를 알아내는 것이 에이전트의 일이다.
전화를 건 그에게 건물가격을 그 지역 전문가인 담당 에이전트에게 물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에이전트가 없이 자신의 딜을 직접하고 있다고 했다. 커미션을 아끼려는 그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건물가를 산정해 주고 싶었지만,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텝 등을 시간과 노력을 무보수로 요구하기에는 무리였다. 우리 회사는 우리가 직접 연관이 되지 않는 딜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조언을 주는 서비스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일정한 금액을 조언비로 청구한다. 전화한 그에게 그런 서비스를 얘기해 줄 수도 있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그에게는 무리한 것 같아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에이전트가 하여야 하는 일인데 금전을 조금 아끼려고 바이어 스스로가 하려고 하는 경우였다. 커미션을 조금 아낄 수는 있을 줄 모르지만,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일을 추진하였다가 나중에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더러 보기도 한다. 에이전트의 일은 에이전트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그 다음날 오피스 건물을 콘도로 개조하여 매매하려는 건축업자와 회의를 가졌다. 그는 에이전트인 우리에게 건물 개조 허가 등의 세세한 사항을 물어보았다. 우리가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지만 각 건물의 시공 서류 허가는 에이전트의 일이 아니라 설계자와 시공업자의 일임을 강조했다. 에이전트의 일은 매매의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컨틴전시 기간 안에 그 건축업자가 필요한 허가와 시공 여부에 확신을 갖도록 셀러에게 계약상으로 시간을 얻고 필요하면 연기를 받을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이다. 어떤 손님은 에이전트가 그 건물의 개조가 가능한지 시청에 가서 알아보기를 원한다. 상공용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는 이 일을 에이전트가 하는 것을 권유하지 않는다.
말단의 시청 직원이 준 잘못된 정보를 바이어에게 주면 그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이 말단 직원의 조언은 나중에 시 계획 담당자에 의해서 많이 번복이 되고, 확실한 허가 여부는 조건부 사용 허가(Conditional Use Permit, CUP) 공청회를 거쳐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에이전트라면 자신의 업무와 자신의 영역 밖의 업무를 첫 미팅에서 구분해 주고, 자신의 영역외의 일 처리에 다른 전문가를 소개해 줄 수 있어야 한다.(213)534-3243
hchung@charlesdunn.com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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