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씀 항상 읽고 듣게… 신앙이 자녀 교육의 힘”

2006-11-14 (화)
크게 작게
“말씀 항상 읽고 듣게… 신앙이 자녀 교육의 힘”

강영우 박사는 어둠 속에서도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장점을 자녀 교육에 활용했다.

“말씀 항상 읽고 듣게… 신앙이 자녀 교육의 힘”

석은옥 여사는 신앙이 자녀교육에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진천규 기자>

두 아들 박사로 키운 강영우 박사 부인 석은옥 여사

1972년 8월 LA국제공항에 앞 못 보는 남자가 비행기에서 내렸다. 시각 장애인으로는 한국 역사상 첫 유학 길에 오른 강영우였다. 그리고 그 옆에 자원봉사자로 1년, 누나로 6년, 약혼녀로 3년을 보낸 6개월 된 새색시 석은옥이 있었다. 남편은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내에게는 인생 앞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낯선 미국 땅에서 자신이 헤쳐가야 할 길이 불투명했다.
서로를 ‘나는 그대의 지팡이, 그대는 나의 등대’라고 부르던 두 부부는 34년이 흐른 지금, 세상이 다 부러워하는 가문을 일궜다. 남편은 한국 최초 시각장애인 박사가 돼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로 일한다. 한인으로는 미 정부 최고위 인사다. 두 아들은 또 어떤가. 미국 땅에 도착할 때 태중에 있던 진석은 하버드대를 나와 안과의사가 돼 조지타운 메디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둘째 진영은 예일대를 나와 27세 나이에 리처드 더빈 연방 상원의원을 보좌하는 고문 변호사다.

초등생땐 여름성경학교 매년 3~4곳 보내
잠언 매일 읽어주고 차 탈땐 복음방송 틀어
아이 말 잘 들어주고 재능엔 칭찬 안 아껴
“성공한 삶보다는 소중한 사람 되라”강조


박사만 5명(남편, 두 아들, 산부인과 의사와 변호사인 며느리)인 집안의 안주인인 석은옥 여사가 남편 없이 홀로 처음 LA를 찾았다. 남편 뒷바라지에 자식농사까지 훌륭하게 지은 자신의 삶을 나누기 위해서다.“헌신을 통해 하나님 은혜를 받았다”는 그의 간증을 전한다.

①교육은 부모가 공동으로 한다
남편이 지침을 정하면 나는 충실히 실행에 옮겼다. 남편은 앞을 못 봤지만 아이들 목욕도 손수 시켰다. 아이가 커 가는 걸 느끼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아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세 살 때부터 책을 읽어줬다. 큰아들은 하버드대 지원할 때 쓴 에세이 ‘bed time story in the dark’에서 “캄캄한 데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썼다.
그런 남편을 아이들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다섯 살 때부터 아이들은 남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길에 있는 사물을 알려주면 아버지는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런 습관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주었다.

②아이의 자긍심을 길러준다
외모로는 소수 민족이지만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긍심을 키워줬다. 외모로 놀림을 받더라도 상처받지 말고 놀리는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그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라고 가르쳤다.
철저한 신앙 교육의 힘이 컸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여름방학이 되면 여름 성경학교 3∼4곳을 다녔다. 하나님 말씀을 배우게 하려는 의도였다.
아이들을 차에 싣고 다닐 때에는 시카고 지역 기독교 라디오 방송만 틀었다. 하나님 말씀과 찬송만 계속 듣게 했다. 아이들은 이 채널을 지금도 ‘마미 스테이션’이라고 부른다.

③아이와 소통한다
학교 다녀온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하는 마음을 알렸다. 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일도 알려고 하니 아이들도 늘 엄마에게 마음을 열었다. 엄마가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모든 걸 들어주자, 엄마는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이후에 이성 문제가 생겨도 엄마에게 비밀 없이 모든 걸 상의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아이들에게는 “인생에서 성공한 삶보다는 어디에서도 소중한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다. 어떤 그룹에 속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④아이들을 경쟁시키지 않는다
내 자식이지만 가진 재능이 다르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잘 하는 걸 칭찬하는 게 중요하다. “왜 이것도 못해”가 아니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이를 인도해야 한다.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내게 해주는 게 엄마의 몫이다.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고, 조그만 상이라도 칭찬해주면 좋다. 지금도 아이들이 우리와 30분 이내 거리에서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도 어릴 때부터 길러준 형제애 덕택이다. 큰아이는 공화당, 둘째는 민주당으로 정치 노선을 달라도 형제애는 남다르다.

⑤사랑을 표현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구약성경에 있는 잠언을 읽어주었다. 내가 한글로 읽으면, 아이들이 영어로 읽었다. 잠언에는 하나님을 경외한 구절이 많다. 또한 부모 공경, 좋은 친구 사귀기 등에 대한 가르침이 많다. 아이들이 대학에서 친구들이 문란한 일을 할 때마다 어릴 때 익힌 구절을 떠올리면 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이메일을 매일 보낸다. 사랑한다는 표현과 함께 잠언 한 구절을 쓴다. 아들에게만 보낸다고 며느리들이 ‘삐쳐’ 요새는 며느리에게도 같이 쓴다. 이제는 며느리가 더 좋아한다.

⑥어릴 때 가치관을 심어준다
5∼6세 이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지적 발달이 왕성할 때이므로 가치관 교육을 해야 한다. 부모 순종, 협동심, 책임감, 정직 등을 가르쳐야 한다. 어릴 때 신앙 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청소년기에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기가 쉽다. 하나님 형상대로 지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면 좋은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조기 교육을 강조한 ‘기러기 가족’은 좋지 않다. 초등학생이 부모 사랑을 받지 않고 자라는 것은 불행하다. 또 엄마만 따라와 이질적 환경에서 크다 보면 잘못된 걸 배우기 쉽다. 영어가 다가 아니라 사람이 올바르게 자라는 방법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


⑦성장 단계별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
11∼15세에는 독서를 통해 롤 모델을 찾게 해줘야 한다. 시험 답을 잘 맞추는 연습을 시키는 것보다 인생을 살아갈 길을 열어줘야 한다. 대학 입학할 때에도 여러 가지로 다양한 곳에서 시간을 보낸 것을 보여주는 게 유리하다.
중학생때에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은 이때 부모가 존경할 만한가 결정한다.

⑧청바지에 운동화만 신어도 좋았다
남편은 자녀 교육 투자에 제일 우선점을 두었다. 부부 다 교사라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not for self’를 건학 이념으로 둔 보딩스쿨에 아이를 보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랑의 저금통장을 만들어 조금씩이라도 모았다. 우리는 헌차를 타고 작은 집에 살았지만 아이 교육에는 아끼지 않았다. 주변에서 “교사 부부가 무슨 돈으로 아이를 저렇게 키워”라고 말했지만,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는 내가 부끄럽지 않았다. 그 덕택에 아이들은 좋은 학교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커뮤니티에 헌신하는 자세를 배웠다.

<김호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