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 남가주에 찾아오는 ‘스토리텔링 페스티벌’

2006-1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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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음악과 그림이 있는 이야기 잔치

이야기꾼 동원 책읽어주며
퍼포먼스 접목, 1인극 스타일
1980년대후 새 문화장르로

문명의 시작부터 인간 사회와 함께해 온 ‘이야기’.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있는 법. 그런 이야기꾼들이 펼치는 언어와 이미지, 그리고 소리의 복합적인 퍼포먼스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이야기 잔치가 열린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모든 문화의 기본이자 사회의 정서를 대변하는 매체로 이어져 온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이야기의 전달이 아니라, 일정한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줄거리를 만들고, 거기에 전달자의 생각과 감정을 섞어 삶의 기복을 오묘하게 엮어놓는 표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시각적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화려한 영화와 TV에 가려져 큰 관심을 얻지 못했지만, 1980년대부터 교육 기관과 대기업들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조금씩 주목 받게 되었다. 차츰 그림과 음악을 동반한 1인극 스타일의 이야기꾼들이 등장하였고, 그 후 20여년간 꾸준한 노력 끝에 이제는 새롭게 떠오르는 엔터테인먼트,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나름대로 문화의 한부분을 차지하는 장르로 인정 받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
전국적으로 매년 열리는 스토리텔링 페스티벌만 200개가 넘고, 소규모 모임까지 합하면 각 도시에서 1년 동안 수십개의 스토리텔링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지역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열리는 책읽기나 이야기 시간은 대부분 프리스쿨 이전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반면, 전문 이야기꾼들이 출연하는 스토리텔링 이벤트들은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음악, 연극, 미술 등과 접목시켜, 마치 한 편의 라이브 공연과 같이 관객에게 접근한다.
누구나 재미로 즐길만 하지만, 일반 미국 부모처럼 영어책을 능숙하게 읽어주기 어려운 이민 가정 자녀들에게는 특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고, 부모 입장에서도 책읽기나 이야기하기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배울만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전국 어린이 서적 주간 (National Children’s Book Week: 11월 13-19일)이 있는 11월, 남가주를 찾아오는 특별한 스토리텔링 이벤트들을 알아보면서 이색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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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이미지, 그리고 소리의 복합적인 표현 예술로 평가되는 ‘스토리텔링’ 이벤트에서는 평범한 이야기를 감동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다양한 이야기꾼들을 만날 수 있다>


읽어주고 놀다보면 동심으로 함께 가요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행사다. 신화, 동화, 민화, 설화, 팬타지와 황당한 거짓말, 그리고 현대적인 전설과 민담, 개인적인 경험까지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모아놓은 축제다. 이야기꾼들이 다양한 만큼 관객도 남녀노소, 인종 등에 무관하게 편안한 모임으로 진행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스토리텔링 초보 및 중급 수준을 위한 웍샵과 가족 위주의 이야기 시간, 컨서트 등으로 나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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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샤스 바바는 전형적인 아프리카계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음악과 더불어 펼쳐보인다>

오전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열리는 워크샵은 세가지 주제로 구분되는데, ‘이야기와 노래의 결합’ (연사: 다이앤 펄래트)에서는 음악과 이야기의 관계 및 조화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현대판 신화 창조’ (연사: 매리조)에서는 가족 및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소개 및 논의가 예정된다.
‘이중언어 스토리텔링의 미’ (연사: 리카르도 프로벤치오) 웍샵에서는 이중언어 이야기의 개발 및 효과적인 전달 방법과 주류사회에의 접근 방법 등이 토론될 예정이어서 한인 관객이나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가족을 위한 페밀리 프로그램으로는 이나 벅크너-바네트가 각종 동물 이야기를 게임과 노래에 접목시켜 소개하는 ‘애니멀 크랙커스’와 엘라라이노의 판토마임, 게임, 커스튬 및 다양한 소품과 음악을 이용한 이야기 등의 순서로 꾸며진다.
컨서트 또한 단순한 라이브 연주 형태에서 한단계 발전한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를 기대할 수 있다. 카우보이 이야기꾼 죠 헤링턴, 동양계를 대표하는 오프 브로드웨이 출신 작가 랜 트랜, 작가겸 교사인 캐티 라이델, 댄스와 마임을 이야기에 접목시켜 독특한 쇼를 만들어 내는 스콧 & 조애나 홍겔-다르씨 등이 멋진 무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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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출신의 댄스-마임-스토리텔링 팀 스콧 & 조애나 홍겔-다르씨는 유럽과 인도의 무용과 마임을 통해 이야기를 펼치는 독특한 공연을 보여준다>

또한, 다이앤 펄래트, 브래드 우즈, 스콧 & 조애나 홍겔-다르씨의 ‘월드 스토리’ 이야기 시간과 랜 트랜, 바바라 머리, 리카르도 프로벤치오의 ‘개인적인 스토리’ 공연, 매리조, 엘렌 스윗키스, 패드래익 키오해인의 ‘민화, 동화, 구전 동화’의 세계 등이 펼쳐질 예정.
이외에도 오후 12시 45분부터 1시 45분, 오후 4시 45분부터 6시까지 두차례에 걸쳐 5분씩 누구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오픈 스토리 스왑‘과 개별적인 스토리텔링 코칭 세션이 마련된다. 자세한 문의 및 신청은 웹사이트나 전화로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LA Storytelling Festival
일시: 11월 11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장소: LA Trade Technical College, 400 West Washington Blvd., LA
입장료: 1일 입장권은 성인 40달러, 6-14세 10달러, 개별 이벤트 당 성인 15달러, 6-14세 7달러 50센트이며, 전화나 온라인으로 미리 구입하면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 신청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접수해야 한다.
문의: 310-457-2385, www.lastorytelling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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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스토리텔러 죠 헤링턴은 작가겸 시인이고, 서부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방랑자다. 최근 발표한 앨범 ‘맨 오브 어너‘가 웨스턴 아티스트 아카데미의 카우보이 앨범 최고상 후보에 올랐다>

게티 센터에서 가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특별히 마련한 스토리텔링 이벤트다. 10월부터 5월까지 매달 두 일요일을 선정하여 음악과 미술이 함께 하는 이야기 시간을 꾸민다.
11월에는 두명의 인상적인 스토리텔러가 등장한다. 12일에 공연하는 아샤스 바바는 전형적인 아프리카계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음악과 더불어 펼쳐보인다. 의상에서부터 전통적인 서부 아프리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21개 줄로 연결된 브릿지 하프의 연주가 인상적이다.
이번 게티 센터 프로그램에서는 ‘부러진 칼라배쉬의 선물’과 ‘가족을 위해 음식을 구하는 방법’이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
한편, 19일 이야기 시간에는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에서 대단한 호응을 얻었던 앤토니오 새크리가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온다.
새크리는 미술과 신화를 현대식 공상 과학 팬타지와 접목하여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푹 빠져들게 만드는 독특한 재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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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독특한 이야기 세계를 펼치는 앤토니오 새크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게티 센터 페밀리 스토리텔링 이벤트를 빛내준다>


‘찬장 속의 예술가, 혹은 찬장 속에 사는 사람들의 비밀스런 시간 초월’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제목의 이야기는 새크리만이 가지고 있는 멋진 화법과 1인 3역을 맡아내는 연기력 덕분에 가능한 작품.
17세기 프랑스에서 루이 14세를 위해 한 예술가가 만든 화려한 캐비닛과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 및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의 조각상 등의 미술품을 중심으로 현대 미술관장과 보물의 주인이 밀고 당기는 코믹한 이야기를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3개 국어를 사용하여 꾸며낸다.

The Getty Center Family Storytelling
일시: 내년 5월까지 매달 두차례 선정된 일요일에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3시 30분 열린다. 11월에는 12일과 19일, 12월에는 3일과 17일로 예정.
장소: The Getty Center, 1200 Getty Center Dr., LA
입장료: 입장은 무료지만 이벤트가 있는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안내소(Museum Information Desk)에서 접수하는 신청서에 서명하여 등록해야 한다. 대부분의 가족들이 미리 줄을 서서 등록하기 때문에 10시에 맞춰 안내소에 도착하면 이미 등록이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가는 것이 좋다.
문의: 310-440-7300
www.getty.edu/visit/calendar/events/family.html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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