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목자 칼럼 ‘박사와 박수’

2006-10-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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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국에는 박사에 대한 매력과 공명심 때문에 가짜 박사를 선호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나도 한때는 박사를 위하여 노력하였는데 영어가 부족하여 논문을 미국에 있는 한국어 대학에 보냈더니 논문 심사비네, 등록금이네, 하며 돈을 많이 요구하여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00만원(약 1만달러)을 주고 미국의 모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수와 목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었다 합니다.
이제 성서 안에서 박사와 박수를 어떻게 비교하였는가 찾아보려 합니다. 특별히 아기 예수를 찾아온 동방박사를 Magi라 하였는데, 마술적 경향의 남자 무당인 박수(Magicus 신 18: 14)와 같게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박사와 박수가 순수한 종교를 부패시킨 마술적 경향이 있는 것으로 성서는 좋지 않게 보았던 것입니다.
사실 오늘의 박사는 분업화된 시대에 걸맞도록 한두어 가지에만 전념하다 보니 다른 부분에 가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면 어떤 만물박사라 하는 교수가 은퇴할 때가 되자 여가를 즐기며 휴양하기 위하여 파라다이스 섬으로 떠나려고 한 뱃사공을 고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사공이 거룻배를 저어 그 섬으로 가는데, 교수가 그에게 교육은 어느 정도나 받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제 부모는 아주 가난해서 저를 아무 학교에도 못 보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허! 참 안되었군요. 반평생을 헛살았구먼!”하고 빈정거렸습니다.
얼마쯤 가는데 갑자기 돌풍이 일면서 거룻배가 급히 뒤집히게 되자 사공이 교수에게 소리쳤습니다. “어서 배에서 뛰어내려 헤엄을 치시오!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 하자, “나는 헤엄을 칠 줄 모르는데 어떡하나? 헤엄치는 것만은 안 배웠어”하고 당황해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공은 “허! 참 안 되었군요. 한 평생을 헛살았구먼요!” 하고 한숨 쉬었다 합니다.
어떤 면에서 교수는 한 전공에 전념하여야 하겠기에 만물박사가 되기 어렵지만 성직자(목사, 신부)들은 다방면으로 지식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만물박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교에서 명예를 중시하는 오늘의 한국의 풍토에서 목회자들이 숫자적 성장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미국에서는 성직자를 Reverend 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의 뜻처럼 적어도 인격적으로 또한 경제적으로 무언가 세상 사람들과 달라야 존경을 받게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경건한 생활과 겸손의 뜻도 담겨 있습니다. 경건한 생활과 겸손으로 성자라 불려진 대천덕(Archer Torrey) 신부님의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오늘의 박사들은 명예와 돈에 너무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말씀에서 박사에 대한 나의 포기가 쉽게 이루어진 것 말입니다. 이것은 20년전 신부님이 미국의 남부에 오셔서 집회할 때인데, 마침 남부 신학교를 지나면서 ‘이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한번도 박사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우리 성직자들에게 좋은 가르침이라 생각되어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김 경 덕 신부 <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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