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남들 재미 보게 만들기’

2006-10-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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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그 산을 제일 먼저 정복한 사람의 이름은?” “남극에 제일 먼저 도달한 사람은?”하며 열심히 외우고 서로 알아맞히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이름들은 아스라이 사라져 기억에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뉴질랜드 사람인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라고 말하면 ‘아 그렇지, 에베레스트 산 정복한 사람!’하며 기억이 납니다. 노르웨이 사람 아문센(Amundsen)하면 남극에 제일 먼저 간 사람하며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한때 한국에서 유명했던 ‘장학퀴즈’나 미국의 ‘제퍼디’(Jeopardy)란 퀴즈 게임에 나올 만한 문제죠? 이들은 남들이 잘 이르지 못하는 곳에 먼저 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LA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서 휴식을 즐기는 빅 베어산(Big Bear Mountain)을 생각해 봅니다. 이 산에 올라가는 도로를 만든 사람들은 누굴까? 알려고도 물으려고 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길을 정상까지 뚫어 놓은 사람들 덕분에 그 산 위에까지 차를 몰고 가서 캠핑도 하고, 스키도 타고 호수를 즐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미국에는 어느 곳에 가나 아름다운 산이나 자연을 잘 개발하여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이애가라 폭포, 스모키 마운틴, 루레이 동굴, 그랜드 캐년, 옐로 스톤 등.
세코이아 국립공원에 가면 산 위로 불뚝 솟아 오른 커다란 바위가 하나 보입니다. 하나의 화강암으로 된 모로 바위(Moro Rock)입니다. 안내판이 있어 그냥 지나쳤다가 그래도 한 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400여개의 가파른 계단을 밟고 난간을 잡으며 좁은 길을 따라 바위 위로 올라갔더니 기가 막히는 정경이 펼쳐졌습니다. 모든 것이 한 눈에 펼쳐져 보입니다. 세코이아 국립공원에 오르기 위해 한 시간여를 차를 몰고 올라왔던 뱀과 같이 구불거리는 길들이 저 아래에 보입니다. 1만3,000피트 높이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있습니다. 다리가 조금 후들거리고 힘이 좀 들지만 정말 잘 올라 왔다는 감탄사가 터집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답고 웅대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오면서 이것을 만든 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없으면 필자와 같은 범인은 가서 볼 생각도 감히 하질 못 했을 겁니다. 단지 바위를 탈 줄 아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그 위로 올라가서 즐겼겠지요.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들, 그것을 만드신 창조주를 기억하며 자신이 본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고하신 분들. 그 좋은 것을 나누어주기 위하여 길을 파고 계단을 만들어 누구든지 편리하게 갈 수 있도록 만든 분들. 이들을 기억해 주는 자도 없고 고마워하지도 않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어려운 길을 만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흘린 땀과 수고, 시간과 물질, 이런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삭막해지는 우리의 마음을 다시 새롭게 합니다. 이런 면에서 ‘남들이 재미(?) 볼 수 있도록’ 수고한 분들은 위대한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남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아름다움을 나누기 위해 길과 계단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경험한 아름다운 것들을 주위에 조금씩 나누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사회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남들의 기쁨을 위하여 길과 계단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늘어갔으면 합니다.

고 태 형 목사 (선한목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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