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상을 초월하는 가우디의 세계

2006-10-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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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가우디의 세계

스페인의 천재 가우디

스페인이 낳은 천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에 평생 바친 신앙인

모든 형식을 깬 이단아

사람들은 ‘그것’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온다. ‘그것’을 못 보았다면 바르셀로나를 관광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란 무엇인가. 스페인의 천재 가우디(사진)가 건축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가우디가 설계한 이 성당은 124년 동안 짓고 있는데 언제 완성될지 아무도 모른다. 건축계의 ‘미완성 교향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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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입구. 100년을 넘게 건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건축물 전체가 성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미켈란젤로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가우디(1852~1926)가 있다. 가우디는 건축의 모든 형식을 깨고 공간을 최대한 곡선으로 표시한 20세기 ‘아르 누보’의 얼굴이다. 그의 건축물을 구경하면 아르 누보 양식이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힌다. 각과 선을 무시한 부드러움, 과감한 색상의 선택, 서양과 아랍적인 미의 조화가 이루어진 건축물들이다. 건축물이라기보다는 대형 조각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지상 170미터 높이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3개의 정면 중 ‘나시미엔토’(탄생)는 가우디의 생전에 거의 완성이 됐고, ‘파시온’(수난)이 완성돼 가는 단계며, ‘글로리아’(영광)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공사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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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미터 높이의 성당 전경. 나시미엔토로 불리우는 정면은 가우디가 완성했다.>

하늘로 솟구치는 불꽃을 연상시키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성서에 나오는 상징으로 이어져 있으며 보는 사람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8개의 종탑의 끝 부분이 도자기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것도 특이하다.
가우디의 건축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뿐만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 아파트인 카사 밀라, 저택 카사 바트, 시립 병원, 광장의 가로등, 심지어 공원의 벤치까지도 그가 설계했다. 바르셀로나 전체가 그의 작품이다. 가우디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는 우중충한 공업도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분장시킨 예술가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근처에서 태어난 카탈루니아 출신으로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그의 꿈은 거부인 구엘 공작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나래를 펴지 못했을 것이다. 가우디의 천재성을 발견한 구엘 공작은 가우디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얼굴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가우디가 구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의 집을 설계해 준 것이 카사 밀라며 구엘 공원은 바로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아는 부자를 만났다는 것은 가우디의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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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공작을 위해 지은 카사 밀라 아파트. 시내 중심가에 있다.>

그러나 가우디 자신은 돈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신앙심 깊은 가톨릭 신자였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그는 속죄의 자세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지었으며 43년 동안 성당 안에서 먹고 잤을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했다. 불행하게도 가우디는 아침 길을 건너다 전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74세였다. 그의 복장이 너무 남루해 빈민병원으로 시신이 옮겨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사자처럼 살다간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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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건축공사에 열중하고 있는 목수들. 가우디의 설계도에 따른다.>

지금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작업은 가우디가 설계한 도면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얼마 전 그를 성자 서열에 오려줄 것을 바티칸에 건의했다고 한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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